교황청 '서열 2위' 파롤린 국무원장 환담
파롤린 "北, 저희도 걱정하는 주제...슬픈 상황"
김대건 신부 조각상·세계청년대회 관심 당부
[로마=뉴스핌] 김은지 기자 = 이탈리아를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14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에 있는 교황청을 찾아 서열 2위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했다.
김 의장은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에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청과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
[로마=뉴스핌] 김은지 기자 = 이탈리아를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14일 오전(현지시간)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국회의장실 제공] 2023.03.14 kimej@newspim.com |
김 의장은 이날 파롤린 원장을 만나 "교황청은 한국과 수교 이전부터 한국이 일제로부터 독립해 정부를 수립하고, 유엔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는 과정에서 큰 힘이 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김 의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 "다른 중재자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황청에서도 우리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서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 응하지 않은 채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다"며 "식량지원 등도 거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롤린 원장은 "저희도 무척 걱정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말씀하셨다"며 "지역 평화와 관련해서 긴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진정한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남북 관계를 두고 "정말 슬픈 상황"이라고 했다.
파롤린 원장은 그러면서 "남한과 북한이 다시 이제 연결을 해 대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 저희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교황의 평양 방문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없다"라고 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저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종교의 자유와 관련한 아주 작은 정도라도 개방을 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저희는 어쨌든 어떤 해결책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런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화에 저희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김 의장은 "이 불신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행동으로 약속을 받고 보장할 중재 노력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라며 "현재로선 교황청에 마지막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피력했다.
파롤린 원장은 "교황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의장님께서 해 주신 말씀에 대해 나눌 것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북한과 동행을 잘해야 할 수 있을지 연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로마=뉴스핌] 김은지 기자 = 이탈리아를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14일 오전(현지시간)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국회의장실 제공] 2023.03.14 kimej@newspim.com |
이외에도 김 의장은 올해 우리나라와 교황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와 천주교가 특별미사, 성 김대건 신부 조각상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교황청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환담에서 두 사람은 성베드로 성당에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이 건립되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천주교주교회는 교황의 승인을 받아 성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 건립을 추진 중이다. 조각상은 올해 하반기에 봉헌 예정이다.
김 의장은 "올해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와 천주교가 특별미사와 성 김대건 신부 조각상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라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조각상이 설치되는 시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과 관련된 일이 잘 진행이 되고 있다니 저로서는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한국 가톨릭(서울 대교구)은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유치 의향을 공식 발표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2027년 한국 개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황청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8월에 포르투갈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데 보통 폐막인사 때 다음 대회가 어디서 개최되는지 발표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8월이 얼마 안 남지 않았으니까 개최국이 빨리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김 의장과 한국인 최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은 전날 환담에서 "만약 남북관계가 좋아져 교황님 방문과 세계청년대회가 DMZ에서 실현된다면 전 세계에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다"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세계청년대회는 전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신앙축제로 지난 1985년 처음 시작된 이후 2~3년마다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7년 대회 유치를 목표로 한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