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앞두고 학군지, 급전세 소진에 호가 뛰어
몸값 낮아지고 월세부담 커지자 수요자 관심도 늘어
올해 강남 입주물량 1만가구 육박...추가 반등 제한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에 전국적으로 역전세 현상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서울 대치, 목동 등 학군지역의 급전세가 빠르게 소진돼 주목된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최고가 대비 30~40% 하락한 매물이 늘면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상태다. 신학기를 앞두고 자녀 교육을 고려한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 저가 전세가 빠지자 전셋값을 높이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다만 금리가 높아 전세수요 증가가 제한적이고 올해 강남권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은 시장 회복에 부담이다.
◆ 신학기 앞두고 학군지 전세수요 늘어...한달새 1억 반등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학기를 앞두고 이주 수요가 늘면서 소위 학군지로 평가되는 강남·목동 등의 전셋값이 한달새 1억~2억원 반등했다.
서울 강남권의 한 공인중개사 모습. 신학기를 앞두고 전세 거래가 늘고 있다.<사진=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의 전셋값은 이달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 상승한 7억원에 거래됐다. 2년여 만에 6억원대로 내려앉은 전셋값이 단기간에 1억원 뛴 것이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2차 전용 84㎡는 지난달 최저 7억3000만원에서 이달에는 1억2000만원 높은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도곡렉슬 주변 A공인중개소 대표는 "이달 거래된 전세 매물은 1층임에도 직전 가격보다 1억원 정도 높게 계약됐다"며 "신학기를 앞두고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최근 고가 대비 30% 정도 하락한 가격선도 전셋값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도 비슷한 분위기다. 목동 신시가지 일대는 초등학교·중학교 학업평가 수준이 전국 최상위권이다. 준공 40년차를 앞둔 단지들로 주차장, 층간소음 등 거주환경이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학군 수요를 기반으로 전셋값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의 전용 74㎡는 작년 12월 최저 5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이달에는 1억3000만원 높은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용 65㎡는 지난달 최저 4억6000만원까지 빠졌다가 직전 거래에서는 6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새학기를 맞아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셋값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격 메리트가 생겼다. 최근 고금리 영향으로 월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며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전셋값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급전세가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 조정보다는 전셋값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강남권 입주물량 부담...추가 반등 제한적
전셋값 하락폭이 둔화되고 급전세가 소진되고 있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과 비슷한 3만3338가구다. 이중 27%(9037가구)가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규모가 가장 크고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청량리역 롯데캐슬(1425가구) 등이 주요 단지다. 평년과 달리 입주 물량 중 강남권 대단지가 많다.
재개발 물량은 올해 청량리4구역(동대문구·1425가구), 상계6구역(노원구·1163가구), 수색13구역(은평구·1466가구) 등 강북 지역에 몰려 있다.
통상적으로 입주물량이 늘면 전셋값이 하방압력을 받는다. 집주인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입주하기보다 전세 세입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현재 거주하는 주택이 제때 팔릴지도 의문이다. 이렇다 보니 입주물량 증가는 전세매물 증가로 이어져 가격선이 현재 수준보다 낮아질 여지가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역전세난이 우려될 정도로 전셋값 하락폭이 컸던 데다 월세 상승에 부담이 커지자 전세거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다만 대출금리 부담이 높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도 상당해 전셋값 하방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