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 원심 대법서 확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여성에게 술을 먹이고 강제로 모텔에 끌고 가는 과정에서 여성을 사망하게 만든 스크린골프장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피해자가 도망칠 수 있다는 점을 가해자가 충분히 알았는데도 강제 행위를 지속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3일 강간치사, 감금치사,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5년·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취업제한 5년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심 판결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울산 울주군에서 스크린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인 피해자 B씨와 2021년 12월 11일 저녁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새벽 2시경 택시를 타고 울산 남구 소재 모텔촌으로 이동하고, B씨를 양팔로 감싸 안고 모텔 앞까지 데려갔다.
B씨는 모텔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도망가려고 시도했으나 A씨가 B씨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기거나 허리를 껴안아 붙잡는 등 방법으로 B씨를 모텔 현관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런 과정에서 A씨가 한손으로 B씨의 어깨를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모텔비를 계산하던 중 B씨가 몸을 숙여 A씨로부터 벗어나 급히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뇌사 상태에 빠졌고, 2022년 1월 6일 뇌간의 압박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원심 재판부인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재판장 박해빈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고, 유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다만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직접적 폭력에 의한 게 아닌 도망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유족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 합의 하의 성관계를 하려다 사고가 났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가 항소하면서 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피해자는 사건 당일 피고인과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고,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기 전에 이미 피고인을 피해 모텔 밖으로 도망간 적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힘으로 모텔 안으로 끌고 갈 경우 피해자가 다시 피고인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가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잃고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간치사죄, 감금치사죄 및 준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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