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 "연금 제도를 바꾸는 것이 국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대규모 증세와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연금 제도가 오히려 더 위협 받을 것이다"
올해부터 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프랑스가 '정년 연장' 등을 통한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와 같이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내 놓은 이 개혁안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연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식으로 연금 수령 최소 연령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올해 9월부터 정년을 매년 3개월씩 연장하겠다는 구상이며 정년은 2027년 63세 3개월, 2030년에 64세가 된다.
또한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최소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되, 최저 월 임금의 75%였던 최소 보장 지급액을 85%로 올리는 것도 포함한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연금 개혁 반대 집회 현장에 모인 사람들. 2023.01.19 nylee54@newspim.com |
하지만 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거세다.
프랑스 남부 칸에서 근무하는 교사 로젠 크로스 씨는 '64세 연금 거부' 피켓을 만들면서 "이번 연금 개혁안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은 없다. 나는 많은 동료들과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피켓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금개혁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가 샬렁주와 BFM 방송에 따르면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가 법정 퇴직 연령을 62세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63세 퇴직에 대한 찬성 응답률은 26%, 64세 퇴직 찬성 응답률은 16%, 65세 퇴직 찬성 응답률은 13%에 그쳤다.
이에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와 노조 단체들의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전국 총파업이 시작된 프랑스에서는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면서 대부분의 도시가 교통대란에 시달렸다. 학교들도 상당수 휴교에 나섰다. 당국은 초등학교 교사의 40%, 중등교사의 30%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라디오와 TV 채널 일부가 나오지 않았고, 문을 닫는 극장과 박물관도 있었다"며 "출하를 중단한 정유 공장으로 인해 에너지 생산량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프랑스 내무부는 수도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112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노조 측은 200만명이 거리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이나영 인턴기자=프랑스 시위대가 19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의 연금 개혁 반대 집회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2023.01.20 nylee54@newspim.com |
프랑스 정부는 국민들의 반발과 대규모 파업에도 왜 연금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2030년에는 연금 재정 적자가 134억 유로(약 18조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는 2023~2027년 프랑스의 연금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에 이대로라면 2027년에는 적자로 전환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프랑스의 이른 은퇴 연령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정년 연령(62세)은 독일·이탈리아·덴마크(67세), 스페인(현재 66세·2027년부터 67세), 영국(66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빠른 편이다.
프랑스는 낮은 은퇴 연령에 비해 65세 이상 인구가 21%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로 국내총생산(GDP) 대비해 연금 지출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로 제기돼 왔다.
보른 총리는 지난 10일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와 퇴직하는 노동자 수의 불균형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큰 재정 적자를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같은 손실이 누적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날 스페인을 방문했던 마크롱 대통령도 "개혁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의 연금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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