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리스크에 외국인 투자기피 움직임
산업트렌드 변화에 대학생 창업붐도 한풀 꺾여
[서울=뉴스핌] 조용성 기자 = 지난해 중국의 벤처기업 투자액이 반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 내 벤처 투자는 9695건이 성사됐으며, 총투자액은 전년대비 48.6% 감소한 154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중국 터우중(投中)연구소가 19일 발표했다. 2021년에는 1만1561건이 성사됐고, 총 투자액은 3015억달러였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의 증가세 역시 주춤했다. 재경망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8년 156곳, 2019년 137곳, 2020년 111곳, 2021년 142곳의 유니콘이 탄생했지만, 지난해에는 40여곳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경우 2021년 347곳이 유니콘이 생겨났으며, 2022년 상반기에만 138곳이 탄생했다.
중국 벤처투자 급감 원인으로는 우선 투자자들의 중국기업 투자 회피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공격적으로 중국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벤처투자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재경망의 분석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 역시 투자 회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21년 7월 중국의 사교육 금지 조치로 인해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교육기업 신둥팡(新東方)의 주가는 하루만에 70% 하락했다. 교육분야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 역시 급락했으며, 이 분야에 투자했던 VC(벤처캐피털)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업계관계자는 "당시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정책 변화로 한 업계가 하루아침에 소멸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의 갈등 상황 역시 시장에 부정적이다. 이들 기업은 상장이 임박한 시점에 정부가 상장 작업에 제동을 걸었으며, 아직까지도 상장되지 못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VC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4월 상하이 봉쇄를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시 상하이 봉쇄를 경험한 현지의 많은 자산운용사들의 사무소가 싱가포르로 이전해갔다는 것.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창업박람회 모습.[신화사=뉴스핌 특약] |
이와 함께 투자 대상인 벤처기업 창업이 줄고 있는 것도 벤처투자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다. 2010년대 창업 열풍기에 많은 젊은이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창업을 감행했다. 현재는 그동안 육성된 인터넷 대기업들이 인터넷서비스를 주도하고 있어서 창업 열기가 시들해졌다.
현재 중국에서 각광받는 분야는 제약바이오, 의료장비, 반도체, 첨단제조업, 신에너지, 항공우주 등이다. 이들 분야는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높은 탓에 과거 창업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사회과학원 부원장 리양(李揚)은 "창업투자는 혁신의 중요한 동력이며, 창업투자의 실력이 그 국가의 소프트파워라고 볼 수 있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벤처투자액은 6700억달러로 중국의 14배를 기록해, 중국과 큰 격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