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도종환 등 장관·靑 출신 대거 참여
尹정부 '文 지우기' 수사 맞대응 차원도
'친문 결집' 해석엔 "정치적 해석 맞지 않아"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문재인 정부 당시 장·차관 및 청와대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가 18일 공식 출범한다. 일각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친문 진영의 결집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친문계는 '문 정부의 성과·한계를 평가하기 위한 싱크탱크'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사의재측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오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사의재란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머물렀던 처소의 이름으로, 정조가 승하한 뒤 정약용이 학동들을 가르치고 저서를 편찬한 곳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2023.01.02 photo@newspim.com |
사의재엔 문재인 정부 당시 장·차관 및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임대표를 맡으며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조대엽 전 정책기획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문 정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대부분 사의재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 청와대의 첫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장·차관 출신과 청와대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거의 대부분 하신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전해철(행안부장관)·도종환(문체부장관)·이인영(통일부장관)·박범계(법무부장관)·진선미(여성가족부장관)·권칠승(중소벤처부장관)·황희(문체부장관)·한병도(정무수석비서관)·윤영찬(소통수석비서관)·고민정(대변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문 정부 출신이다. 구체적인 참여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점차 회원 수를 늘려갈 방침이다.
사의재는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4개 분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1분과(정치·행정)는 윤태범 전 지방행정연구원장, 2분과(경제·일자리)는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 3분과(사회)는 김연명 전 사회수석비서관이 맡는다. 4분과(외교·안보) 위원장은 미정이나 최종건 전 외교부차관·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참여한다.
미국식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사의재측은 "지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성과는 무엇이고 극복해야 할 한계는 무엇인지 성찰하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대안을 발굴할 계획"이라며 정책포럼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통계 조작 의혹'·'탈원전 정책' 등으로 문 정부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짙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전임 정부 망신주기·모욕주기에 대한 대응"이라며 "윤 정부가 괜한 전임 정부 탓을 한다면 대응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2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2023.01.02 photo@newspim.com |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신들이 사의재에 대거 참여하면서 당 일각에선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본격화에 맞춰 친문계가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위 친문세력이라는 분들이 모여서 어떤 걸 또 만든다"며 "연구포럼이든 무슨 포럼이든 말은 그렇지만 세를 결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상대 계파에 있는 분들이 또 모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친문계는 사의재의 정책포럼 기능을 강조하며 계파 모임이란 해석을 일축했다. 전해철 의원은 지난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말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사의재에 참석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건 이 의원 개인의 생각이다. 이전에도 전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하는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여러 형태로 있었다"며 "우리도 그런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