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시 이정근發 '로비 의혹' 수사 탄력
기각 시 '방탄국회' 비판 거세질 듯…법조계 "盧·李 중 하나는 포기 예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검찰이 부동산업자 박모 씨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두 최측근을 재판에 넘기는 등 검찰이 최근 야권 인사가 연루된 의혹 수사에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노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의 첫 번째 영장청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플랜 보고회'에서 혁신안을 발표 하고 있다. 2022.07.14 kilroy023@newspim.com |
◆ '불체포특권'에 '임시회'까지…노웅래 구속 절차 복잡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2~12월 박씨로부터 사업이나 인사 관련 청탁 명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노 의원이 해당 자금을 총선이나 전당대회 선거를 위해 받았다고 보고 있다.
통상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달리 노 의원의 경우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가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인데다 현재 국회 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불체포특권은 현역 국회의원이 국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권리로, 이를 위해선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의 과반이 찬성하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관할 법원 판사가 피의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보내고, 이후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정부 명의로 국회에 제출된다.
검찰은 이날 오후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요구서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 상황을 예견하거나 정치권 일정 등을 고려해 수사하고 있지 않고, 수사 상황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며 "동의서는 신속히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07 leehs@newspim.com |
◆ 노웅래 영장 청구는 이재명 수사 전초전?
검찰은 최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 수사뿐만 아니라 검찰의 전방위적 야권 수사가 진행되면서, 민주당은 연일 검찰을 향해 '정치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이번 노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가 민주당의 기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등 야권을 겨냥한 수사의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전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사례는 총 세 차례 있지만 부결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즉 이번에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시 소위 '방탄 국회'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노 의원의 체포 여부는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이 쥐고 있어, 방탄국회의 책임 소재 또한 민주당 쪽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검찰은 노 의원이 연관된 박씨 관련 로비 의혹 수사에 명분과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부터 시작된 박씨의 로비 의혹에 수많은 야권 정치인의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검찰의 야권 수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될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만일 민주당이 노 의원과 이 대표 모두 특권으로 지키려 한다면 역풍이 심하게 불 것"이라며 "한 쪽은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데, 노 의원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변호사도 "국회의 체포 동의 여부에 따라 국회 일정에 따른 각 사건의 수사 시기만 달라질 뿐 검찰의 야권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