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응원보다 '가족단위' 응원객 다수
수험생 보다 긴장하는 학부모 모습도
입실 10분전 '긴급 후송' 오토바이 탄 학생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서울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19시험장인 중구 이화여자‧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치뤄지는 세 번째 수능인만큼 이날 이화여고는 대체로 조용하고 차분했다.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 대신 가족 단위의 응원객이 교문 앞에 많았다. 주변 일대는 교통이 혼잡하면서 배치된 경찰들도 다수였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2022.11.17 jyoon@newspim.com |
오전 7시. 이화여고 정문 앞에서는 '힘내라 고3! 아자' 라는 대형 현수막이 수험생들을 맞이했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의 차에서 내렸다. 마스크는 쓰지 않고 따로 챙겨가는 모습이었다.
수험생들에 손에는 책, 단어장 같은 것들이 들려있었고 도시락 가방도 하나씩 쥐어있었다. 차에서는 창문을 내린 학부모가 "우리 딸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정문 앞에서 수험생과 포옹하거나 어깨를 토닥이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딸이 들어가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거나, 친구들과 함께 정문에서 셀카를 찍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내고 정문 앞에 한참을 서성이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서울예고에 다니는 수험생을 둔 이미경(51) 씨는 "어제 저녁까지 많이 긴장하더라. 불고기랑 계란말이 같은 평소 먹던 것들을 도시락으로 싸줬다"며 "우리 딸은 조형예술과라서 한예종, 서울대, 이화여대 순으로 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에 예체능 전형이 다 바뀌어서 수능 최저 등급을 다 맞춰야 한다"면서 "수능 끝나도 실기도 있고 힘든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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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20분이 되자 많은 시험장에는 수험생이 몰리기 시작했다. 친구 어머니에게 인사하는 수험생들, 여동생을 배웅하는 오빠 등 활기 띈 모습이었다. 7시 30분쯤에는 수능 수험생 교통봉사대 오토바이가 수험생을 내려주고 갔다. 택시에서 급하게 내리는 수험생도 종종 보였다. 미처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채 뛰어 들어가는 학생도 있었다.
정문 앞에서 딸을 들여보내고 대화를 나누던 부부는 "애는 일찌감치 들어갔는데 우린 못 가겠어서 나와있다"며 "예나 친구들도 보여서 응원해줬다. 외동딸이라 더 긴장된다. 재수는 없어야 할 텐데"라고 했다.
고3 수험생인 김누리(19) 양은 "집도 가깝고 걸어오면 돼서 엄마, 아빠 오지 말라고 했다. 오는 게 더 부담된다"며 "친구들은 많이 떨린다고 하는데 난 아직 실감이 안난다. 순수 미술을 하고 있어서 홍익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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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0분에는 이화여고 앞에 경찰이 추가로 배치됐다. 이화여고와 이화외고가 붙어 있는 터라 자녀가 잘 들어갔는지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내부로 들어가 직접 길을 안내해주기도 했다.
예원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2학년생은 "학교가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내년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다"며 "모두 잘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입실 10분 전인 8시에는 '수능 긴급 후송 차량' 딱지를 붙인 오토바이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뒷자리에서 내린 학생은 감사인사를 하고 빠르게 정문을 통과했다. 수험표를 두고 온 수험생은 정문에서 기다리다가 택시에서 수험표를 받고 뛰어 들어갔다.
성심여고에 다니는 수험생을 둔 윤희선(53) 씨는 "막둥이 둘째가 이번에 수능을 본다. 교문이 닫히는 거 보고 가려고 여태까지 기다렸다"며 "본인은 열심히 해서 그런지 전혀 긴장을 안하던데 내가 떨린다. 잘 봐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오후에 데리러 올 생각이다"고 했다.
2023학년도 수능이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791명 줄어든 50만8030명이 지원(원서접수자 기준)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