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녹취록 공개로 경찰 비판
검수완박 탓에 검찰 수사 불가능
검·경 합동수사·특검 요구 제기
"검찰의 경찰 부실 대응 수사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일 112 녹취록 공개로 경찰의 늦장 대응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진상 규명 대상이 된 경찰 스스로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셀프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합동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탓에 검찰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자 특별검사를 실시하거나 합동 수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당일 접수된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를 우려하며 경찰 통제를 요구하는 신고가 11차례 있었으나 경찰은 초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03 yooksa@newspim.com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이에 대해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법 개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형참사가 빠지게 됐다"며 "시행령을 통해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참사의 범위가 넓어 검찰이 수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검찰은 경찰과 합동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주요 범죄에서 '대형참사'가 제외돼 수사에 관여하지 못한다.
대검찰청은 참사 발생 이후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와 서울서부지검 비상대책반(반장 한석리 검사장)을 꾸렸지만, 검시와 경찰의 영장 청구에 협조하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사건이 송치된 후에야 수사와 관련된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112 초기 신고에 대응하지 않고 기동대 지원 요청까지 윗선에서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정치권은 국정조사와 특검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경찰의 셀프수사라는 오해와 지적은 충분하지만 현행 시스템에서는 경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이태원 참사는 경찰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책임 소재가 퍼져 있어 특검을 실시한다면 수사의 객관성이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검·경 합동 수사기구를 꾸리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상 조사와 달리 수사는 형사 기소를 위한 것이라 법률상 검찰이 경찰과 수사를 같이 할 수 없다"며 "경찰의 부실대응 책임을 묻는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이미 경찰이 업무상 과실 치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대형참사 범죄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지 못해 합동 수사단 구성이 어렵다"며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야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부실대응 수사에 대해서는 "참사 원인을 전체적으로 규명해야 하고, 경찰 외에도 여러 관계자들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어 경찰의 책임 부분만 별도로 수사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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