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 도산하면 낙농가도 연쇄 타격...상생방안 찾아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45년 업력의 유업체 푸르밀이 이달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누적된 영업적자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났고 생존을 위해 추진했던 매각도 연이어 무산된 여파다.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등으로 잘 알려진 푸르밀은 2012년만 해도 연간 매출액 3000억원을 기록하던 건실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8년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3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점차 불어나면서 위기에 처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11.01 romeok@newspim.com |
사업 철수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갑작스럽게 해고통보를 받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푸르밀 대리점, 화물기사, 낙농가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유를 납품하던 낙농가 농민들은 상복을 입고 푸르밀 본사 앞에 달려가 투쟁에 나섰다. 푸르밀이 낙농가로부터 공급받던 하루 평균 110t의 원유가 버려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 농가에 대한 기준 원유량을 시가로 인수하고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를 보상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로 폐업 수순을 밟는 푸르밀에 보상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푸르밀의 사업종료 주요 요인은 경영실패다. 경쟁사들이 단백질 식품, 대체우유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을 동안 푸르밀은 뚜렷한 히트제품을 내지 못한데다 수익성이 낮은 유제품 의존도가 유독 높았던 점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우유 소비 감소에도 원유할당제 적용으로 낙농업계로부터 받는 원유 물량은 줄이지 못하고 생산비연동제에 따라 납품 단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낙농제도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행 낙농제도가 유업체에는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시킨 셈이다. 푸르밀은 가나초코우유 등 가공유와 값싼 PB우유 비중이 높았던 만큼 원유값 부담이 적지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푸르밀 사태에서 보듯 한 쪽이 손해를 떠안는 구조는 영속될 수 없다. 유업체가 도산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관계인 낙농가로 이어진다. 낙농가의 수익은 보장되면서 유업체는 손해를 보는 방식은 언젠간 모두에게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현재 낙농가와 정부, 그리고 유업계는 원유가격 구조개편을 놓고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유업체에 쏠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년 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낙농가와의 이견이 커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8월에 시작한 올해 원유가격 협상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업계에서는 푸르밀 사태가 '남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저출산으로 수요는 줄고 생산비용은 높아진데다 값싼 수입산 우유가 밀려오는 등 유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또한 오는 2026년이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산 우유의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기존 제도를 고수할 경우 국산 우유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공산이 크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하루 빨리 갈등과 분열을 멈추고 생존을 위한 상생안을 찾아야 할 때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