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
안전대책 및 안전장비 미비
법원, 시공업체 벌금형·관계자 집유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지난해 9월 서울 지하철 6호선 공덕역 공사 현장에서 20대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양방향 전기집진기 공사의 일환으로 환기구 개방 작업 중이었다. 그러나 가로변 1.46m, 무게 125kg에 달하는 철제 덮개인 그레이팅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어 9.7m 높이의 환기구 아래로 추락했다. 그는 사고 발생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같은 시공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도 함께 있었다. 부자가 2인 1조로 업무를 하던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발생했다. 그레이팅은 무게가 무거워 해체 시 크레인이 필요하며 작업자도 안전대 등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 현장에는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안전고리 부착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추락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의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는 당시 성명을 내고 "그레이팅의 해체는 무게 때문에 크레인이 필요하며 작업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지지대에 묶고 작업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사고에는 그런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고 단 두 명의 작업자가 맨손으로 들어올리려다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10부(부장판사 윤양지)는 지난 20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사를 진행한 ㈜리트코에 벌금 400만원을,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A씨에게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현장 안전관리자인 B씨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근로자의 추락 위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결과가 발생했고 의무 위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사건 이후 추락 방지 등을 위한 안전대책이 포함된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작업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유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철도 및 지하철 현장에서의 재해 사고는 매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내에서 스크린도어 통신장비 부품 교체 준비 작업 중이던 50대 근로자가 승강장 안쪽 통신상태 확인용 모니터를 확인하다 운행 중인 열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궤도협의회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철도 지하철 공사 내 산업재해 실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재해는 전체 670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업무상 사고가 573건(85.5%), 업무상 질병 97건(16.9%), 사망재해는 28건(4.2%)으로 드러났다. 공사별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422건(63%), 서울교통공사가 133건(19.9%) 순으로 많았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