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우주에서 배터리로 확장해
美 '자국 우선주의'↑...한국 '몫'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딴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사람을 달에 보내 인류의 상주 기지를 짓고 화성까지 탐사할 기반 구축을 최종 목표로 한다. 달에는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영국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수용 산업부 기자 |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우주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 중인 중국의 '우주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중 하나다. 2019년 1월 중국의 창어 4호가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에 성공했다. 이는 당시 미국에게 충격이었다. 그간 달 뒷면은 통신 두절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달 탐사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의 2023년 예산안 중 나사(NASA) 예산은 260억 달러(약 37조2346억원)로 이 중 약 29%인 10조가 넘는 예산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배정했다.
지난 8월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법안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 프로젝트에 중국을 제외한 것처럼 법안를 통해 자국의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IRA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관련 예산인 3690억달러(약 528조원)가 투입된다. 서울시 한해 예산(44조원)의 10배가 넘는다.
IRA 법안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원재료와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현재 배터리 소재를 구성하는 핵심 원자재의 생산·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입하는 수산화리튬의 84.4%, 코발트의 81%, 천연 흑연의 89.6%가 중국산(수입액 기준)이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돼야 한다. 또 배터리 부품도 북미 지역에서 조립되거나 제조돼야 한다. 핵심광물 비율은 2026년 80%, 북미 지역 조립 비율은 2028년엔 100%다.
IRA는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기회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공급망을 단시간 변경할 수 있는 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자재로 사용하는 광물의 제련과 정련 분야에서의 중국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서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 장벽은 이전에도 있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미국이 한국 기업에 반덤핑 관세를 적용한 품목과 관세액'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10년간 미국이 국내 기업에 최대 4조원 넘는 반덤핑 관세를 냈다. 같은 기간 한국이 미국 기업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는 최대 39억원에 그쳤다. 미·중 '우선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한국의 몫'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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