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는 주문제작품…비용부담 커"
"인천 시민들에겐 유감…최선 다할 것"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현대로템이 11일 한국산 고속열차 납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로템이 저가 발주를 문제 삼아 코레일 차량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서 인천·수원발 KTX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한 입장이다.
현대로템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현대로템은"고속차량 발주 사업이 지연된 것과 관련해 인천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면서 "고속차량은 구매 수량에 따라 제작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주문 제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EMU-320 고속철도. [사진=현대로템 제공] |
주문 제작품은 일반 공산품처럼 동일 규격의 물품을 대량 생산하지 않는다. 주문이 있을 떄마다 규격이나 설계 등을 상이하게 한정적으로 생산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한다는 의미다. 고속차량은 생산에 들어가는 원소재부터 1만2000여 종에 달하는 부품을 현대로템이 협력업체에 일일이 구매해 조립·제작하는 주문 제작품이다.
현대로템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며 "원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철도안전법에 따른 시험 및 검사를 매번 비용을 납부하며 받도록 규정돼 있어 이른 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로템은 고속차량 제작에 들어갈 때마다 요구되는 부품의 개발비용이나 금형비, 시험검사비 등 1회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해당 비용은 부품수량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되기 때문에 구매 수량이 적을수록 최종 완성차의 제작원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가령 회당 검사 비용이 16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를 16량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량당 10원)와 160량(량당 1원)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 량당 제작 단가가 절대 동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회사 생산성이 유지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고 사측은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추고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발주처인 코레일에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통합발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레일은 올해 7월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합친 136량으로 통합발주를 진행한다는 사전규격공개를 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에 발주된 EMU-260 30량 사업에서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손실을 떠안고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철도부문에서만 총 2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인천·수원발 KTX 노선 개통은 당초 목표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현대로템이 고속열차 입찰에 응하지 않아 발주가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 발주 가격은 1량당 51억4000만원이었으나 현대로템은 70억7000만원을 제시했고, 철도공사가 3차 입찰 때 1량당 가격을 54억9000만원으로 올렸지만 현대로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허 의원은 현대로템이 고속차량 제작 단일업체라는 이유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공급량이 적을 경우 공급을 거절하는 독점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