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직접 경험하지 않은 허구 쓴 적 없다"
여성·낙태·임신 소재…용기·예리함으로 차별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열린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그의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2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사진=문학동네] 2022.10.06 89hklee@newspim.com |
1940년에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이브토에서 태어나 자란 아니 에르노는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님 아래서 작가이면서 교직자로 성장했다. 루앙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면서 등단했고 결혼 후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해 1977~2000년까지 교수로 활동했다.
아니 에르노 작품의 특징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자전적 소설임에도 작품의 소재는 과감하다. 여성, 임신, 낙태를 다루면서도 솔직하고 대담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데뷔작인 빈 옷장(Les armoires vides, 1974)'은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자극적일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그의 글은 품격 있고 이야기는 현실을 잘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책은 1984년 한국에 번역된 바 있다.
아니 에르노의 대표 작품은 '단순한 열정'이다. 외교관 연하 남자와의 불륜을 다룬 소설로 육체적 욕망을 그대로 소설이다. 2015년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 외에도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아버지의 자리', '탐닉', '집착' '한 여자' '부끄러움' '세월' '진정한 장소' '사건' 등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도 아니 에르노의 수상 이력은 화려하다. 1984년 '아버지의 자리'로 르노도 문학상을 수상,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로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