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최근 시멘트업체들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레미콘업계는 '9월부터 10% 이상의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이를 8월말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건설업계 셧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 2~4월에 가격을 17~19% 올린데 이어 오는 9월에 또 가격을 12~15% 올리겠다고 레미콘업계에 통보했다. 30% 이상 시멘트 가격 인상 부담을 마주한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가격 상승이 정말 불가피한지, 업계가 담합하지는 않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지난 25일 중소 레미콘업체 대표 90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멘트 업체의 가격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영기 기자 |
시멘트가격 인상을 두고 빚어지는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간 이번 갈등이 어떤 식으로 봉합될지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를 위한 시범사업이 9월부터 실시되는 시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레미콘 업계는 대기업 중심의 시멘트업계과 건설업계 사이에 끼여있는 특성을 가져 납품단가연동제에 여러 어려운 과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사업자와 하도급업체 간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이를 납품 단가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그 법제화에 앞서 현실성과 업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9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정부는 가닥을 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장관은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운영을 알리면서 "광복 77주년인 2022년은 중소기업이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원재료 가격 상승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시장 원리에 반한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던 공정거래위원회도 물가 상승에 연동해서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높여준 기업은 하도급법 위반시 매기는 벌점을 깎아준다는 유인책을 발표했다. 깎아주는 벌점은 3.5점인데 이는 과징금 처분시 벌점 2.5점, 누적벌점 5점 이상이면 공공입찰 참여가 금지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유인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레미콘업계는 시범사업 참가가 쉽지 않은 양상이다. 레미콘업계가 시범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후방의 시멘트와 골재업계의 참여가 필요하다. 레미콘 제조원가는 대략 시멘트30%, 골재 20%, 운반비 20%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방의 건설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일단 건설업계는 레미콘에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하려면 건설계약금액도 순차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나마 공사비 조정이 가능한 관급공사에서도 건설사들이 원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대형레미콘사들은 인증 원재료의 정당한 투입 등을 투명하게 점검받아야 하는 납품단가연동제 성격 상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레미콘사들을 시장에서 밀어낼 기회로 보고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레미콘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연동제 참여는 오히려 지역 업체 솎아내기의 빌미를 줄 수 있고 원가 구조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시멘트 사용량을 공학 설계 대로 맞춰서 하고 있는지부터 자체 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차하면 레미콘 업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레미콘업계의 규탄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먼저 중재를 해 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대형건설사도 납품단가 현실화 시범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에 그 경과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만큼 사안이 까다롭다는 의미다. 레미콘 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이번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내는 상생방안은 곧 중기업계의 오랜 숙원인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에 좋은 해답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