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 6.3%…6월 이어 두 달째 6%대 유지
공업제품·개인서비스·공공요금 가격 등 상승
채솟값도 큰 폭↑…잦은 강우·습한 날씨 영향
정부 "하반기 물가 상승폭 꺾여…날씨 등 변수"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6%대 고물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고물가를 자극하는 대외 변수들이 여전히 진행중인 탓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물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판단이다. 여름 폭염이 계속되면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탁 물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두 달째 6%대 고물가 유지…연료비·채소가격 급등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2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11월 물가상승률이 6.8%를 기록한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국가유가 상승에 따른 공업제품 가격 폭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고, 지난달은 공업제품 가격 인상 외에도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 및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상승하면서 지난 2010년 1월 통계청 조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도시가스(18.3%)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전기료(18.2%)와 지역난방비(12.5%)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2022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통계청] 2022.08.02 soy22@newspim.com |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이번달 연료비 조정 단가가 인상됐고, 필수사용공제라고 해서 사용량이 많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 할인해 주던 부분들이 축소되면서 전기료가 상승했다"면서 "도시가스 요금도 연료비 정상 단가가 0.67원, 기준연료비가 0.44원 해서 1.11원이 인상됐고, 상수도 요금은 이전에 코로나19 때문에 감면해 줬던, 일부 지자체에서 요금을 다시 환원하면서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불안, 잦은 강우 및 고온다습한 날씨 등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신선식품지수 113.70으로 전년동월대비 13.0% 상승했는데, 신선채소 가격이 26.0% 급등했다.
이 중에서도 오이(73%)·배추(72.7%)·시금치(70.6%)가 각각 70%대 상승률을 나타냈고, '금치'라고 불리는 상추(63.1%) 가격도 큰 오름세를 보였다.
어 국장은 "채소류 가격 상승은 국제유가 상승이나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유류비·비료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가 상승한 가운데, 지난달 잦은 강우와 고온다습한 날씨 등으로 잎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또 작년에 (채소 가격이) 다소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우크라 사태·공급망 차질 등 대외 변수 여전…하반기도 불투명
물가 급등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주요 도시 재봉쇄 가능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가 상승의 악재로 작용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 세계 석유, 천연가스 생산의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서방국들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내 재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과 무역 규모가 큰 국가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해 언제든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2022.07.05 yooksa@newspim.com |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고물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폭염이 지속되면 농축산물 등 서민 경제와 관련이 큰 식탁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대 5%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폭염 일수가 많았던 해에 하반기 물가 상승세가 더 거셌던 점에 주목했다.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지난달 27일 기준 6.5일로 이미 폭염 약세 연도의 전국 평균 폭염 일수(5.8일)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올해가 폭염 강세 연도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코로나19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에 폭염까지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여전히 많은 대외적 불안 요인이 존재하지만 오름세가 확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 국장은 "최근 석유류 가격과 곡물가격 등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원자재 등 높은 물가 상승률을 주도해왔던 대외적 요인들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반기) 물가 상승폭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추석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많이 오를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경제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적인 돌발 변수가 없다는 전제로 올해 9~10월을 물가 상승 정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하루 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인 9~10월경 (물가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다만 추 부총리 역시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회의에서 "단언하기 어렵지만 해외 요인으로 큰 변동이 없다면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 2~3개월이 지속된 이후에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