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ANDA 칼럼] 바이든은 '석유' 아닌 '인플레'에 무릎을 꿇었다

기사입력 : 2022년07월18일 07:52

최종수정 : 2022년07월18일 07:52

[서울=뉴스핌] 오영상 국제부장 = 지난 2018년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왔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옛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이 사건을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했으며 그가 파견한 암살단원이 카슈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오히려 빈 살만 왕세자를 사실상 사우디의 국가 수반으로 인정하는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반면 대선 기간 중 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빈 살만 왕세자를 자신의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았고, 지난 80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급격하게 냉랭해졌다.

[오영상 국제부장]

그랬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고유가로 석유 증산이 절실해지자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수장인 사우디와 증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바이든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가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압박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인권·민주주의 등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 왔던 가치가 '석유'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과연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은 비난받을 일인가? 인권과 민주주의는 석유 앞에 무릎을 꿇었는가?

지금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작한 통화 긴축 전환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활황세를 보였던 주식시장은 이미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한지 오래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로 치솟으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도 6.0%로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최악의 인플레 상황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먹고 사는 데 급여를 전부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인 응답자의 36%가 급여를 먹고 사는 데 다 쓰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인플레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규정할 순 없지만 고유가는 분명한 인플레의 주범이다. 국제유가가 지금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 지속에 베팅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수개월 내로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JP모간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유가가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사우디 행은 인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인플레 해소 등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결정으로 평가해야 한다.

걸프전에서의 승리로 미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당연시됐던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한마디로 철옹성 같던 부시를 무너뜨렸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로 힐러리 클린턴에게 카운터펀치를 먹이고 승리했다. 당시 대선에서 정작 트럼프가 내세웠던 선거구호는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위대한 나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바이든은 석유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라 인플레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goldendo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