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중소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법에서 정한 최저기준에 못 미치는 처우를 받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중소 병·의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노동기본권은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의료 기관에서 차별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에는 중소병·의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 4058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연장근무수당·야간근무수당·휴일수당 미지급 ▲휴일·휴가·휴게 사용 제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 미교부 ▲출산휴가·육아휴직·난임치료휴가·태아검진시간·수유시간 미보장 ▲저임금 ▲고용불안 ▲비인간적 대우 등 법을 위반하거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 [사진=보건의료노조] |
병원급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관련 불이익을 받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이 삭감되거나 체불 혹은 휴업수당이 감액되는 경험을 한 비율은 30병상 이상 100병상 미만 병원의 경우 21.8%, 10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 20.1%, 2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 19%, 300병상 이상 6.7% 순이다.
임금 역시 규모가 작을수록 생활임금 수준 미만자 비율이 높았다. 생활임금 미만이라 할 수 있는 연봉 2500만원 미만자는 입원병실이 없는 의원이 18.1%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평균 총 수령임금이 2885만원 정도였고 5인 이상 사업장은 3488만원가량으로 나타났다.
2000만원대 임금은 의원급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다. 입원병실이 없는 의원 39.9%, 입원병실이 있는 의원 40.8%, 30병상 이상 100병상 미만 병원 33.5%, 10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 병원 37.7%, 2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 25.0%, 300병상 이상 병원 4.4%였다.
유나리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국장은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중소병·의원 노동자들을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공익사업장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체의 1/3 이상이 현재 일하는 병·의원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비인간적 대우를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의 38.2%가 그렇다고 답했다. 5인 이상 사업장도 전체의 32.9%가 비인간적 대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불안을 느끼는 비율도 높았다. 고용불안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가 29.5%, '매우 그렇다'가 11.8%로 40%가량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중소병·의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상담하는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 지부장은 "작은 병원의 경우 원장이나 노무 담당자가 무슨 이유가 됐든 퇴직 압박을 하면 어쩔 수 없이 퇴직해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노조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오는 14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을 공식 요청해둔 상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중소 규모 의료기관을 회원사로 포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없는 의료현장 만들기'에 나설 책무가 있는 노동기본권교섭 당사자"라며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이 원만하게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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