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서 '자율과 공정' 주제로 한 강연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김재형 대법관이 "입법으로 해결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률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자율과 공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김 대법관은 이날 전원합의체가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관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정한 항문성교나 그밖의 추행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사건을 언급했다.
김 대법관은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구체적으로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사법부의 바람"이라며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법률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며 "입법과 사법은 어느 한 쪽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두 수레바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성 군인들 사이에 동성애 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해 왔지만 이번엔 그렇게까지 볼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입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며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군형법 92조의6에 따라 기소된 군 간부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적 공간에서 합의에 의해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종래의 판례를 뒤집은 판결이었다. 이 사건의 주심은 김 대법관이 맡았다.
이날 강연은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김 대법관이 대검찰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연에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와 송강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간부들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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