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고용지표, 임금 상승압박 둔화 가능성 시사
5월 CPI도 '3월 인플레 정점' 가능성에 무게 실을 듯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과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p) 수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지속될 것이란 데 시장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9월부터 금리 향방을 두고 연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두드러지는 상황인 만큼 두 지표의 정점 여부는 각별한 중요성을 띤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나 에너지 위기 등과 같은 돌발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겠지만, 지난주 고용지표에 이어 이번 주 후반 나올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인플레 및 고용 '정점론'에 무게를 싣는다면 그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 임금압력 둔화 시사한 5월 고용지표
지난주 발표된 지난달 고용지표는 기대 이상의 탄탄한 개선세를 나타내며 연준의 긴축 가속 우려에 기름을 부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향후 임금 상승 압박이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39만명이 늘어 로이터가 제시한 월가 전망치 32만8000명을 가볍게 웃돌았다.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지표 발표에 연준의 긴축 경계심도 높아지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승폭을 확대한 반면, 미 주가 지수 선물은 높은 변동성을 연출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직전월 기록한 43만6000명보다 줄어든 수치며, 2021년 4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소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전월과 변함없었으나, 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은 상회했다.
미국 상점의 구인 공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고용과 달리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구직자가 많다는 뜻으로, 임금 상승 압력은 다소 진정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대비로는 5.2%가 올라 높은 수준이었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0.3% 상승하는데 그쳤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이러한 수준의 견실한 고용지표는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연속 12개월 동안 매달 40만개가 넘는 일자리 순증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71만개, 1월에는 50만개가 증가했는데, 브루수엘라스는 해당 수치가 조만간 월 20만개 정도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6일(현지시각) CNBC는 다른 지표에서도 고용 트렌드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ISM이 발표하는 5월 제조업지수 세부지표 중 고용지수는 49.6으로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0선을 하회한 점을 지적하면서, 강한 고용 회복세가 다소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중소기업 서베이에서는 고용 둔화 또는 동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지난주 공개된 연준 베이지북에서도 12개 지역구의 고용 증가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쳤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 3월 정점 뒤 더딘 CPI 상승세
시장은 오는 금요일(10일) 발표될 5월 CPI 지표에서도 인플레 정점론이 확인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CNBC는 5월 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0.7%, 전년 대비 8.2% 상승을 예상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9% 상승을 점쳤다.
앞서 4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8.3%, 전월 대비 상승률은 0.8%였다. 그 전월인 3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8.5%였다.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됐던 물가 상승세가 4월 CPI에서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한 뒤 5월에도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근원 CPI 전망치도 4월 기록한 전월비 0.6% 상승 및 전년비 6.2% 상승보다는 더딘 수준이다.
물론 5월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대로 조금 더딘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인플레 고점 논란이 쉽사리 꺼지지 않을 수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며,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19 방역 봉쇄도 완전히 해제되지 않아 공급망 차질 완화를 당장 기대하긴 어려운데다, 식품이나 연료 가격 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연준 '신중론' 유지할 듯
한편 당장 고용과 물가 지표가 정점을 지난 모습을 보이면 연준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은 다소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연준이 긴축 속도에 대한 변화를 섣불리 언급할 것 같지는 않다.
매트라이프 투자운용 수석 시장전략가 드류 마터스는 6월과 7월 각 50bp 인상을 예상한다 해도 9월 FOMC 날짜가 될 때까지 지표 움직임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일단은 8월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연준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오는 14일부터 이틀 간 열릴 FOMC에 앞서 공개 발언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까지 나온 발언들은 이러한 신중론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 2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오는 9월 금리 인상 중단 여부는 인플레이션 지표를 봐가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일시 중단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월별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의 하향을 보지 못하고 수요가 조금 진정되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서는 9월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해당 발언을 (연준이 주가 하락을 방어해주는) '페드풋'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