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대만이 유럽연합(EU)과 장관급 협의를 한 것을 두고 대만의 지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자 보도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중국과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대만은 EU와의 획기적인 무역 회담을 가졌다며 대만이 이를 통해 조용히 국제적 위상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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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차관급 회담만 진행해 온 EU와 대만은 지난 2일 밤 최초로 장관급 회담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EU에서는 자비네 베얀트 통상총국장이, 대만 측에서는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 부장이 참가했다.
이와 관련 SCMP는 양자간 장관급 회담이 가진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이번 회담이 EU와 대만 간 최초의 장관급 회담이었다는 점, 미국이 대만과의 경제 관계 증진을 위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뤄진 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방 세계에 대한 대만의 경제적, 지정학정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대만 경제부 역시 이번 EU와의 장관급 회담 이후 "대만과 EU 관계가 중대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간 EU와 차관급 회담을 진행하다가 이번에 장관급으로 격상한데 대해 "국제 경제와 무역 협력을 위한 EU의 청사진에서 대만의 중요성이 커진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시장조사기관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의 노아 바킨(Noah Barkin) EU-중국 전문 애널리스는 "이번 회담 이후 수년간 방치된 대만과 유럽 관계가 점진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EU가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착수한 가운데 대만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EU와 대만과의 밀착 행보가 EU와 중국 간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EU는 지난해 9월 'EU 인도·태평양 협력 전략'을 발표하면서 대만과의무역 및 투자 관계 심화를 모색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등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월에는 '유럽 반도체법'을 공개하며 반도체 분야 협력 상대로 대만을 지목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의 초점 역시 반도체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90%를 담당하고 있고 유럽이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왕메이화 부장은 "대만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현재 대만의 제5대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양자간 무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45% 증가한 687억 달러(약 85조 2567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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