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제정된 '공기업구조개선법' 지금도 유효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된 논란…김대기 실장 재점화
'민영화 방지법'으로 대응…지분매각과 구별 주장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 이슈가 불거졌지만 정부가 검토한 적 없다고 해명하며 선거가 끝나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 민영화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이슈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공식 추진했다 중단됐지만 지금도 '공기업구조개선법'에 명시돼 있어 언제든지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영화 방지법'을 만들겠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다시 가중될지 주목된다.
◆ 맥쿼리 출신 김대기 실장 발언에 민주당 '민영화 방지법' 발의
3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를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공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을 지난 26일 발의했다.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 17일 김 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경영은 정부가 하되 지분 30~40%를 민간에 팔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의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김 실장의 개인 의견이었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각을 세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달 23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국가 재산 확보 차원에서 얘기된 적이 있지만 (현재) 국토부 입장은 그렇게 할 유인도 없고 그런 정책을 취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차원의 해명에도 논란이 이어진 것은 현행법상 정부가 민영화를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구조개선법에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에 대해 조속한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영화 반대를 내건 민주당이 '민영화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법 개정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김 실장 발언의 무게가 더해졌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추진했던 정권에서 요직에 있던 인사가 다시 대통령실로 복귀해 낸 첫 일성이라는 점에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공기관 효율화'가 결국 지분 매각 또는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실장이 대통령실로 복귀하기 직전까지 맥쿼리인프라 펀드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이력도 논란을 키웠다. 맥쿼리 펀드는 2008년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당시 지분 매입 펀드 1순위로 꼽혔다. 실제로 펀드는 서울지하철 9호선, 부산신항, 인천김포고속도로 등 국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며 수익을 내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전경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
◆ 외환위기로 김대중 정부부터 민영화 추진…지금도 법에 명시, 지분매각이 민영화? 논란도
하지만 인천공항 민영화는 다름 아닌 김대중 정부가 처음 내놓은 정책이었다. 현 더불어민주당이 속한 민주당 계열의 정권이다.
앞서 1998년 9월 당시 건설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제정 추진을 밝히며 공사 운영에 국내외 민간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개항 1년 뒤인 2002년 이후에는 "국내외 민간지분을 51% 이상 확대해 실질적인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당시 공공기관 민영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사항이었기 때문에 당시 정부의 판단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공기업구조개선법' 제정 역시 IMF와 미국 요구의 결과물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뒤 인천공항 지분 49% 매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로 얽힌 맥쿼리인프라 펀드로 지분을 매각을 시도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계획은 결국 좌초됐다.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과 민영화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경영권을 유지하되 지분의 일부를 민간에 파는 것과 경영권까지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취지다.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지분 매각이 결국 민영화로 가는 단계인 만큼 지분 매각부터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인천공항이나 KTX 민영화 논란은 당시 높았던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깎아내린 '프로파간다'로 사용된 바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야권의 집중 공격이 지속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김대기 실장의 발언은 좋은 공격거리를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김대기 실장을 내세워 '간보기'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나온 말이면 이미 준비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귀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개항을 준비할 때만 해도 10년 후에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봤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성공한 대표 인프라 사업이 됐다"며 "인천공항의 성공 사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장을 듣고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