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욕 항공편 코로나 이전의 절반
노선 정상화한 LA도 부담…외항사 영향
"A380까지 투입" 항공업계, 휴가철 앞두고 '시름'
"검역절차 완화해 인천공항 커퓨 해제부터"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맘 A씨(35)는 이번 여름휴가지를 강릉으로 정했다. 일상 회복 시점에 맞춰 아이들이 놀기 좋은 사이판이나 괌으로 향하는 항공권을 알아봤지만 코로나19 전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을 보고 포기했다. 아이 학원방학 스케줄에 맞춰야 하는 탓에 성수기 외 선택지가 없는 A씨는 국내여행비도 만만치 않은 만큼 마음 먹고 해외여행을 가볼까 했지만 급등한 항공권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의 항공편 수 제한이 지속되며 항공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눌려 있던 여행 심리가 폭발하고 있지만 항공편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 여름 휴가 성수기 대목을 노리던 항공업계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04.01 mironj19@newspim.com |
◆ 괌·사이판 항공편 코로나 전 대비 4분의 1…LA 코로나 이전 회복, 가격은 여전히 높아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항공 운수편이 적은데다 고유가 탓으로 항공권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이달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국적사는 인천~괌 노선을 115편 운항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403편) 대비 4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사이판 노선 역시 200편에서 58편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여행과 출장 등으로 이용이 잦은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노선은 코로나 전 대비 절반에 불과한 주 7회씩 운항하고 있다.
매일 운항하던 인천~시애틀 노선도 주 3회로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유럽 노선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중국, 일본 등 방역이 아직 덜 풀린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편을 배정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못미치는 회복에 그치고 있다.
증편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항공권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7월 말 8월 초 성수기 기준 괌 노선 항공권은 최소 80만원이거 150만원이 넘는 항공권도 많다. 40만원대부터 구매가 가능했던 코로나 전 대비 최소 두 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은 최근 300만원대까지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대한항공은 7월부터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을 뉴욕 노선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해당 노선의 가격은 소폭 안정됐다. 7월 말 기준 200만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해졌지만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 방콕 노선에 A380 투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A380을 띄우면 증편 없이 좌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편당 100~150석 가량 추가돼 매일 운항편의 경우 주간 기준 최소 700석 이상 증가한다는 의미다. A380은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하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대한항공을 포함해 글로벌 항공사들이 수년 내 퇴역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항공권 가격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LA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코로나 이전 수준인 주 14회 운항을 이미 회복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11회를 운항해 회복률이 75% 수준이지만 오는 30일부터는 주 14회를 모두 운항해 코로나 이전 공급량을 모두 채운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코로나 전보다 높은 200만원대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LA 노선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수요가 어느정도 유지됐기 때문에 회복도 그만큼 빨랐다"며 "다만 코로나 이전보다 수요가 훨씬 폭발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외항사 운항은 아직 코로나 이전에 못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LA 노선은 싱가포르항공 등 외항사들이 많이 운항했던 노선인데 이들이 항공편을 모두 투입하지 않아 전체 공급은 아직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검역절차 완화·커퓨 해제 속도내야...항공 증편 결국 각국 정책 속도에 달려" 김포~하네다 내달초 재개
항공업계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의 '비행금지 시간(커퓨:curfew)'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검역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검역의 효율성을 위해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항공기 운항을 제한했는데 이를 풀기 위해서는 해당 시간을 채울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는 검역을 최소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운영하는 인력의 업무를 줄이고 이들을 야간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상당수 국가들은 음성확인서, 자가격리 등의 검역 절차를 이미 최소화했다. 커퓨를 설정하고 있는 글로벌 공항은 인천이 유일하다는 게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눌려 있던 여행 수요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커퓨 등의 제약으로 공급 효율성이 떨어져 회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방역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항공노선 적체 현상은 각국 정부의 노선 증편 노력이 이뤄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항공노선 증감편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는 만큼 각국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최근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우선 내달부터 일본 항공노선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6월 10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재개키로 최근 결정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4월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지 2년 2개월 만에 다시 허용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하루 입국자 수도 현행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늘린다. 이후 코로나 방역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관광객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일본 단체 여행이 가능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도 이번 일본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확대 수용 조치에 따라 파란 불이 켜졌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6월 초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한국과 일본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운항이 재개되면 주 8회 16편의 항공기가 두 공항을 오가게 된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205만 명이 이용한 노선으로 한일 양국의 수도를 오가는 가장 빠른 노선이다.
이와 함께 다음 달 중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과 오키나와 나하공항도 국제선 수용이 재개된다. 이렇게 되면 현행 하네다, 나리타를 비롯해 5개 공항에서만 들어갈 수 있던 일본 하늘 길이 더 넓어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족한 항공노선과 이로 인해 치솟는 항공권 가격은 결국 국가 상호간의 항공노선 증편 밖에 해결책이 없다"며 "세계 각국이 항공노선 증편 일정을 서둘러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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