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1조5000억 안팎...세미콘과 시너지
외환위기 때 '반도체 빅딜'로 사업 접어
20여년 만에 구 회장 품으로 돌아오나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X그룹이 시스템반도체 기업 매그나칩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재계는 반도체 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구본준 회장이 과거 '반도체 빅딜'로 사업을 접어야 했던 LG의 숙원을 이룰 해결사로 나선 점을 주목한다.
19일 LX그룹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최근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재계는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매그나칩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몸값은 약 1조5000억원 안팎이라고 보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2004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 부문이 분사해 출범했다. 현재 미국계 헤지펀드가 주요 주주로, 지난해 3월 중국계 펀드를 상대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의 기술 유출 우려에 최종 결렬됐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
매그나칩은 이후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아왔다. 이런 가운데 LX그룹은 계열사인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을 통해 매그나칩과 같은 DDI사업을 하고 있어 매그나칩 인수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은 TV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반면 매그나칩은 최근 글로벌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차량용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전장 사업을 확대하는 LG그룹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매그나칩 인수는 LG그룹의 반도체 사업 숙원을 이룬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야심차게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던 LG그룹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빅딜로 어쩔 수 없이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를 넘겨야 했다. 구 회장은 1985년 LG반도체(당시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입사해 다른 계열사를 거쳐 1990년대 LG반도체 대표에 올라 이 과정을 고통스럽게 견뎌내야 했다.
그 때문인지 반도체 사업은 구 회장의 '못 다 핀 꿈'으로도 불린다. 반도체에 미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 회장은 LG로부터 계열분리하면서 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가지고 나왔고, LX홀딩스를 제외한 그룹의 계열사 중 LX세미콘에만 유일하게 임원(미등기)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집무실을 광화문 본사 외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도 두고 매주 출근하며 관련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LX그룹이 거침없는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수익성 개선 등 1년 만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매그나칩 인수에 성공한다면 LG그룹의 오랜 숙원인 반도체 사업까지 풀게된다"고 기대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