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전 법무차관 재판서 피해 택시기사 증언
"처음 영상 삭제 요청에 거절…지울 이유 없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술에 취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폭행 장면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부탁받고 당시에는 거절했지만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삭제한 것이라는 피해 택시기사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피해 택시기사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 전 차관 측 주장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이다.
택시기사 A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차관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3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15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6일 밤 이 전 차관으로부터 폭행당한 경위에 대해 "뒷좌석에 있던 손님이 욕을 하길래 '저한테 욕하시는거냐'고 반문했다가 멱살을 잡혔고 그래서 112에 신고했다"며 "당시 손님 상태는 제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술이 많이 된 걸로 생각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용구 씨에게 전화가 와서 '(전날)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길래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영상을 보내준 것 같다"며 "영상을 보내준 뒤 '고맙다, 미안하다'는 내용을 전송받았다"고 했다.
A씨는 이 전 차관이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해서 만났다고 했다. 그는 "저한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고 저도 다친 데가 없어서 합의가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A씨는 이 전 차관이 합의 후 다시 전화해 영상을 지워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히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 전 차관에게도) 남한테 안보여주면 되지 왜 그걸 지우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전 차관이 '운전석에 앉은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이 될 수 있다. 운전석에서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한 사실도 맞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을 어떻게 하냐고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서에서 이야기도 안 했다"고 부연했다.
또 '블랙박스 영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담당 경찰관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질문에는 "합의도 봤고 저에게도 리스크가 있는데 안 보여주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전 차관이 영상 삭제를 부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재차 이유를 물었고 A씨는 "약간의 작용을 했겠지만 당시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도 "경찰관이 폭행 영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면 제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2020년 11월 9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던 중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했고 이 과정에서 이 전 차관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 전 차관 측은 A씨가 대화방에 보낸 영상만 삭제했을 뿐 원본은 휴대전화에 남아있었다며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이후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됐고 같은 해 11월 11일 서초서에 출석해 담당 경찰관 B씨에게 영상을 보여줬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잘못하면 내가 옷 벗을 수도 있다, 진술서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B씨는 당시 영상을 확인하고도 증거 확보 조치 없이 이 사건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일반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A씨는 '영상을 지운 것이 증인 본인과 이용구 피고인 중 어느 쪽을 위해서였냐'는 변호인에게 "합의도 보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가급적 안 보여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변호인은 '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거절했지만 보여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였냐'고 질문을 이어갔고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