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 실현, 역대 정권서 '용두사미' 그쳐
尹, '샌드위치 회동'으로 韓과 '장관 인선' 적극 협의
"무늬만 책임총리제 말고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서울=뉴스핌] 홍석희 인턴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총리 후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지명하며 '책임총리제' 구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여러 폐해를 낳았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윤 당선인이 지난 정권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책임총리제를 정착시킬지 주목된다.
책임총리제의 핵심은 국무총리의 실질적인 장관 인사권이다. 총리는 헌법 제87조 제1항 및 제94조에 따라 국무위원 내지 행정 각부의 장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지만, 역대 정부에선 늘 청와대가 '인사권'을 놓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2.04.03 photo@newspim.com |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리에게 헌법상 부여된 각료 제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내각의 장악력이 작동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참여정부 당시 이해찬 전 총리가 가장 책임총리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4년 6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기 총리로 이해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명했고, 명시적으로 '책임 총리'라는 지위를 부여해 일상적인 국정 운영을 맡겼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정부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거나 각종 관계 장관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었다.
그런 이 전 총리도 실질적으로 장관 인사권을 얼마나 활용했는지 명료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그래서 이 전 총리를 책임총리보단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 혹은 '실세 총리' 정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윤 당선인 측은 특히 '인사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가 3시간 동안 '샌드위치 회동'을 하며 장관 인선에 관해 논의한 사실을 부각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책임총리제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강조하는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무늬만, 말로만 책임총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선인이 많이 고민했다. 그럼 '책임'이 뭐냐. 권한을 주는 거다. 그럼 '권한'은 뭐냐. 제1의 권한은 '인사권'이다. 인사권 없는 총리·인사권 없는 장관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장 큰 폐해였다. 정말로 총리한테 장관 제청권을 주고 장관한테 차관 인사권을 주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철학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총리 지명 이전에 장관 인선안을 한 후보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총리 지명 다음날 (장관 인선안을) 틱 내밀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한 후보자에게)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장관 인선안에 한 후보자가 의견을 적극 개진하라고 해서 샌드위치 미팅이 3시간이나 걸렸다"고 강조했다.
다만 책임총리제 실현을 위해선 총리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소신 강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벌써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그러한 '소신형 책임총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책임총리에 걸맞은 책임과 권한을 달라고 얘기는 했지만 만약 권한을 주지 않았을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직언을 할 사람이냐. 저는 그렇게는 안 보인다"며 "(한 후보자는) 자리 욕심 많은 무난한 관리형"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관건은 윤 당선인의 '권력 분산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와, 그러한 의지를 향후 장·차관 인선에서 충실히 실천하는지에 달려 있다.
윤 당선인은 전날 총리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에서 '차관 인사를 장관과 협의해서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국 자기가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에서는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장관·차관 같은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