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대장동 재판서 증언
"바지사장 앉히고 사업 걸림돌되니 사직서 요구"
"유동규가 실세…지휘부서 엄청난 권한줬다 생각"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무성 전 사장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형건설사를 대장동 개발사업 컨소시엄에서 빼라고 한 것과 반대되는 입장을 내자 사직을 종용했다는 취지로 법정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5명에 대한 18차 공판을 열고 황 전 사장을 불러 증인신문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 1심 18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2022.04.01 hwang@newspim.com |
황 전 사장은 2013년 9월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취임한 후 2015년 3년 임기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숨진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통해 수차례 사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이날 황 전 사장은 사직 요구를 받은 이유에 대해 "2015년 2월 대장동 공모지침서 공고 직전 대형건설사를 컨소시엄에 꼭 넣으라고 했는데 이재명 시장은 대형건설사를 빼라고 했다"며 "제 주장이 시장 지시와 반대되니 제가 걸리적거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모지침서에 공사가 가져갈 이익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내용과 대형건설사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실도 당시에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대형건설사가 포함되는 줄 알았고 개인사업자가 들어가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검찰이 "증인이 하라는대로 안 됐는데 결국 누가 지시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전 사장은 "사장인 제 지시가 반영되지 않았으면 누구겠냐"고 반문하며 "추측이지만 공사에서는 유동규 본부장, 시청에서는 이재명 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이라고 답했다.
대형건설사를 넣으라는 지시를 한 다음 확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유 전 본부장 측 질문에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지시를 했으나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사직 강요를 당해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또 자신이 공사 내 전략사업실 신설과 김민걸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채용을 반대하는 등 대장동 사업에 걸림돌이 돼 사직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황 전 사장에 따르면 그는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전략기획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시와 달리 전략사업팀이 신설됐고 황 전 사장이 채용에 반대했던 김 회계사와 정 변호사는 전략사업팀에서 대장동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6일 사직서를 쓰게 된 경위에 대해 "유한기 전 본부장이 사직서를 출력해와서 제가 사인을 해줬다"며 "그날 오후 3시 30분 경 찾아와서 시장님 지시고 다 이야기가 됐으니 사표를 내라고 했고 결국 밤 10시 경 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 1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유한기 전 본부장이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닦달당한 것 같다"며 "성남시장이나 정진상이나 누가 닦달했는지는 모르지만 녹취록에도 이름이 다 나오고 지휘부에서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공단 실세라는 말을 들었다"며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다가 퇴임할 때만 왔고 공사 인력채용도 유 전 본부장 의사대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사장의 권한이 있고 하급자인 유동규 피고인이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황 전 사장은 "조치를 못 취했다"며 "어차피 유 전 본부장 본인의 뜻이 아니라 지휘부, 시청 쪽에서 엄청난 권한을 줬길래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또 당시 지휘부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됐건 (정진상) 정책실장이 됐건"이라며 이들이 유 전 본부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정 전 실장,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강요하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고발됐으나 검찰은 지난 2월 이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