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계좌 거래 상위종목...골드만삭스 창구로 매수
'지분 11% 매수' 2대 주주 바뀔 가능성...이번주 윤곽
안철수, 총리 임명시 백지신탁 오버행 이슈 발생 우려
[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에 외국인 투자자가 장중 대규모 매수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장 막판 동시호가에 1100억원에 달하는 매수가 한 계좌에서 나오면서 주가를 급등시킨 이례적인 상황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안랩 주가는 11% 급등했다.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던 주가는 오전장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다가 오후장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장 막판 동시호가에선 7%에서 11%로 갭을 띄웠다. 장 마감 동시호가는 3시20분부터 10분동안 접수된 물량을 장 마감과 동시에 체결하는 방식이다.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 채워야 할 물량이 있는데, 장중에 다 사지 못했다면 막판 동시호가때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많다.
이날 동시호가에서 갭을 띄운 매수 주체는 외국인, 이용된 창구는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 창구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58분부터 3분 단위로 소량 매수가 유입되다가 장 마감 동시호가에 113만2284주가 체결됐다.
이 같은 매매형태에 대해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인 보통 'CD((Careful Discretion)' 형태로 증권사에 주문을 내는데, 일정 시간간격으로 '시분할' 매수를 하다가 장 후반, 막판에 가서 물량을 채운 경우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CD 매매란 투자자(외국인)가 브로커(증권사)에게 좋은 가격에 사거나 팔아달라고 위임하는 것으로, 매매 수량만 지정해주고 가격은 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문을 받은 브로커는 장중 내내 위탁받은 수량을 유리한 가격에 매매하면 된다.
이날 장 마감후 안랩은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종목으로 지정됐다. 특정계좌에서 116만9606주가 체결됐다는 내용이다.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종목 지정 요건은 당일 정규시장 중 특정 계좌에서 순매수(순매도)한수량이 상장주식수 대비 2% 이상이고, 당일의 종가가 전날 종가보다 5% 이상 상승(하락)인 경우다.
이날 거래된 116만주는 전체 주식의 11.68%에 달하는 물량이다. 물론 매수주체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 기존 외국인 주주가 추가매수 했을 가능성도, 신규 매수주체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안랩 최대주주 지분 현황. [2021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 |
안랩의 지분구조는 안철수 위원장이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인 동그라미재단이 9.99%보유분을 더하면 지분은 28.59%가 된다.
현재 2대 주주는 'LGIM(LEGAL&GENERAL UCITS ETF PUBLIC LIMITED COMPANY)'라는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11일 기준 5.05%를 보유하고 있다.
18일 11% 지분을 사들인 주체가 또 다른 외국인이라면 2대 주주는 바뀌게 된다. 혹은 기존 2대 주주의 추가 매수일 가능성도 있다.
5일 이내에서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베일에 쌓여있는 매수 주체는 이번주 중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안랩 주식을 매수했다. 5거래일 동안 순매수 규모는 937억원이다. 한 계좌에서 1100억원의 매수가 들어왔던 18일에는 매수 1593억원, 매도 1323억원이 기록돼 순매수는 269억원이었다.
3월 14일 이후 안랩에 대한 투자자주체별 수급 현황. [자료=키움증권 HTS] |
안랩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나 정치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 했던 전형적인 정치테마주의 모습을 보였다. 대선이 끝나고 정치 테마주들은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주가도 대부분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안랩은 대선 직후, 인수위원장 선임 이후에도 주가가 올랐다.
일반적인 정치 테마주와 달리 보안솔루션 업계 국내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기본적인 실적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안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72억원, 영업이익 229억원, 당기순이익 418억원을 시현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16.3%, 14.8% 늘고 순이익은 126.6% 급증한 규모다.
안랩 최근 1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이후 안랩의 지분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안랩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백지 신탁' 가능성, 이에 따른 지분구조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지만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다르게 해석된 경우도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 후보가 "대선에 당선되면 안랩 주식을 백지 신탁하겠다"고 언급하자 시장에선 오버행 이슈를 반영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등록 재산 공개 의무자 등 공직자 본인과 그 이해관계자는 3000만 원 이상의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임명 2개월 이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안 대표가 정부 요직에 기용되면, 안랩 주식은 직무 관련 주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식은 수탁 기관이 60일 이내에 처분하게 돼 있다. 다만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경우' 30일 동안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30일 연장'의 횟수 제한은 없다.
처분 방식은 다양하게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대주주 등 물량이 큰 경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블록딜(장외 대량 매매) 방식을 많이 쓴다.
지난 1년간 제도권 증권사에서 나온 안랩에 대한 분석보고서는 없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애널리스트는 "정치테마로 주가가 움직여왔던 종목이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제도권에서 분석하기엔 부담이 있다. 고점 대비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지만 여전히 정치 테마로 인한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18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18 phot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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