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검찰총장 1년9개월만에 신·구 권력자로 만나
MB사면 합의 유력...김경수·이재용도 포함될 지 관심
알박기 인사 등 이견 있어 갈등 불씨로 남을 수도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정오께 대선 후 처음 자리를 같이 한다. 당선 확정 후 7일 만이다. 두 사람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만난 뒤 1년9개월 만에 현재와 미래 권력자의 신분으로 마주보게 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각자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16일 낮 12시 청와대에서 배석자없이 오찬을 함께한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배석자 없이 두 분이 독대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격의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의 최대 관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가 될 전망이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 왔다"며 이날 사면 건의를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당선인께서 그런(사면)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우리가 건의하는 것이고 수용은 대통령께서 하시는 것"이라고 말해 사면건의에 힘을 실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30일 대구 유세에서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연세도 많으시고, 한때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돼 중책을 수행해 오신 분"이라며 "국민 통합을 생각할 때 미래를 향한 정치로서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당선인측에서 사면을 건의할 경우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와 함께 하는 방안을 놓고 양측이 협의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현재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제계, 종교계 등 각계에서 사면요청이 있어온 만큼 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명분을 세워준다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사면폭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기 내 지고 있던 '마음의 부담'을 털고 대선과정의 갈등봉합·국민 통합측면에서도 의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9 mironj19@newspim.com |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선 이후 첫 공식 메시지로 '국민통합, 협력의 정치'를 내놓았다. 이럴 경우 사면시기는 문 대통령 임기종료 전날인 5월8일 부처님오신날이 유력하다.
과거 15대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하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전격 합의한 전례는 눈여겨볼 만 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번 회동에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임기말 청와대의 인사권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이날 윤 당선인측은 필요한 인사만 하되 협의를 요청하며 '임기말 보은인사'를 경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박기'인사가 난무하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임기말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박성 언급이 나와 양측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선거운동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언급한 '현 정권 적폐수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요구 문제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어떻게 해소할지 아니면 계속 갈등의 불씨로 남겨둘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전날 윤당선인이 국민 신상털기 등 악습 잔재를 없애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폐지한다는 발언에 대한 양측의 해석 부분도 예민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조기 집행 문제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따른 우방국들의 대응 및 주변 4강 관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 문제 등도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