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 상대 차별구제소송 일부 승소→"다시 판단"
"차별행위 맞지만 즉시·모든 버스 제공 명한 원심은 잘못"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교통사업자인 버스회사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체적 기준을 정하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 장애인 3명이 국가와 운수업체인 금호고속·명성운수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에서 원고 승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1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2.01.03 mironj19@newspim.com |
지체·뇌병변 장애를 앓는 A씨 등은 지난 2014년 버스회사들을 상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고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하지 않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며 위자료 지급과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가와 서울시, 경기도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정한 각종 의무를 위반해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교통수단 이용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 버스회사들은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서 원고들이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를 승하차하는 경우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차별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이유로,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해서는 교통약자법상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 도입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각각 기각했다.
또 "교통행정기관에게 적극적 조치를 명하는 것은 법원의 구제조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국가와 서울시, 경기도에 대한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은 원심과 같이 버스회사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지 않고 차별행위 해당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원심은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 피고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비롯한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이익형량을 해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를 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익형량을 다하지 않은 채 피고 버스회사들에 대해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 판결에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환송 후 원심은 이러한 이익형량 요소들을 고려해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내용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도 현행 법령 해석상 버스회사들이 저상버스까지 제공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아울러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 소홀이 그 자체로 차별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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