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식품업체들 "분쟁 영향 없지만 대비 태세"
루블화 급락에 오뚜기·롯데칠성 등 수출기업도 울상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곡물 등 원재재, 환율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내 식품업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오리온, 팔도, 롯데제과, KT&G 등 현지 생산·판매를 진행 중인 업체들은 당장 영향은 없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등 대비태세에 접어들었다. 국내 식품업체들과 수출기업들은 곡물가 상승 추이와 환율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현지 나간 오리온·롯데제과·팔도·KT&G "분쟁 영향 아직...상황 예의주시"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러시아 트리베리주 트립쪼바에 세 번째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러시아 현지와 주변국에서 초코파이 인기가 높아지자 공급량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롯데제과도 지난달 러시아 현지법인에 약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라인과 창고건물을 증축했다. 올 초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러시아 현지에서 20% 이상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의 한 고객이 초코파이 매대 앞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리온 |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지난해 러시아법인 매출액은 각각 1000억, 500억 수준이다. 초코파이 인기로 러시아 현지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던 두 업체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고조되면서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도시락' 컵라면으로 러시아 국민 라면 자리에 오른 팔도도 러시아 현지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팔도도 지난해부터 공급량 확대 등을 위해 약 282억원을 투입해 러시아 라면 공장을 증설 중이다. 러시아 컵라면 시장에서 팔도 도시락의 점유율은 6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들 업체들은 러시아 사태와 관련해 당장 차질은 없지만 추후 전쟁 발발 시를 대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장 설립 및 증설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영향은 없지만 분쟁 발생 시를 대비해 원재료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선제적인 재고 확보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와 팔도도 "아직 생산과 공급 관련한 특이사항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담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KT&G도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돈바스 지역과 거리가 있는 깔루가에 공장이 위치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KT&G관계자는 "현지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며 향후 국제정세 등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현지 사업 및 주재원들의 안전 등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블화 급락에 수출기업 골머리...밀·옥수수가 추가 상승 우려도
러시아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뿐만 아니라 수출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이날 기준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3.4% 하락했다.
현재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동서식품 등 다수 국내 식품업체들이 러시아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오뚜기의 마요네스의 경우 수년째 러시아 현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와 '레쓰비', 동서식품의 '프리마' 등도 러시아 현지에서 국민 식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의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권 수출금액은 3억 8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루블화 가치가 낮아지면 우리 수출기업들의 원화 환산 이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환손실 우려가 불가피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물류난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환율리스크(루블화 평가절하)로 러시아 내 수입품의 단가경쟁력이 다소 약화된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전했다.
[마힐료프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벨라루스 마힐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한 군인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이들 앞으로 양국 국기가 세워져 있다. Sergei Sheleg/BelTA/Handout via REUTERS 2022.02.17 wonjc6@newspim.com |
식품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곡물가 상승 추이'에도 주목하고 있다. 러사이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20~30% 가량을 차지하는 곡창지대다. 두 나라 간 무력충돌이 발발하면 밀, 옥수수 등 곡물가격도 함께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이달 평균 국제 소맥(SRW) 가격은 t당 286.37달러로 전년 동기 평균(239.52달러) 대비 19.5%가량 상승했다. 특히 지난 18일 기준 t당 292.85달러를 기록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장기화, 물류대란 등 원재재값 상승에 따라 일제히 식품가격 인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직접 수입하는 곡물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돼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곡물 수요 이전으로 인한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