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평가 부풀린 혐의…교보 FI 임직원도 무죄
"공인회계사로서 전문가적 판단, 허위보고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와 공모해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행사가를 부풀려 평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인회계사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0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모 씨 등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정모 씨 등 교보생명 FI 측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너티) 임직원 2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12.20 tack@newspim.com |
재판부는 안진 회계사들이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와 관련해 고의의 허위보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가치평가서비스 수행기준'에 따르면 평가자는 수행할 업무에 대해 의뢰인과 서면 형태로 상호 이해해야 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해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적절할 경우 수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안진 측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양한 가치평가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어피니티 측에 유리한 접근방법만 사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진 회계사들이 어피니티 측에 '컨펌'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고 상호 의견교환 횟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 비춰 어피니티 측이 가치평가 방법과 가격 등을 결정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컨펌 메일은 다른 의견이 있는지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안진이 어피니티 측 의견을 제시받아 이를 따져본 뒤 수용여부를 결정했다면 의견교환 횟수와 상관없이 어피니티 측이 결정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안진 회계사들에 대해 '징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점과 '안진 측의 가치평가업무는 독립적 결정이었다'라고 본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지난해 9월 판단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치평가 방법과 평가 인자, 평가 가격에 따라 교보생명 가치를 약 8조원인 것처럼 과대평가한 보고서를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어피니티 임직원으로부터 '교보생명 주식 가격을 높이 평가해주면 수억원대의 용역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투자자 입장을 반영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한 어피니티는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못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계약 내용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안진회계법인에 주식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안진은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900원으로 책정한 가치평가 보고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해 1월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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