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교역, 투자 등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한중 양국의 활발한 교역을 이끈 숨은 주역이 있으니 바로 은행이다.
뉴스핌 월간ANDA는 외화 수입 및 지출, 기업 투자 등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KB국민은행 FI영업팀 자오위안위안(趙圓圓) 차장을 만나 한중 양국의 투자 변화와 은행의 역할 등에 대해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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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위안위안은 한국과 인접한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팡(濰坊)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한류'를 통해서가 아닌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농식품 무역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익숙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02년 칭다오(青島)해양대학에 입학한 뒤 전공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고민했지만 익숙한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2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머무르면서 귀국과 한국 유학의 갈림길에서도 후자를 택했다.
자오위안위안은 "중국에서 배운 한국어로는 기본적인 인사말밖에 하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어 실력이 부족함을 몸소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 명지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전공으로 한국어가 아닌 국제통상학을 선택한 이유는 취업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뒤 칭다오나 옌타이(煙臺)처럼 한국과 무역이 활발한 도시에서 일을 하려고 했지만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상하이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졸업하고 한국 회사와 단기 번역 프로젝트를 마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상하이에 놀러 갔다가 대도시의 화려함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자오위안위안은 "서울과 칭다오를 제외하고 대도시를 가 본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세계적인 도시에서 견문을 넓히고 싶었다"며 "철강회사에서 일했는데 수출입 업무를 담당해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07년 자오위안위안은 한국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톈진 지점에 입사했다. 당시 외환은행이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톈진에 새로운 가맹점을 열면서 과거 인연이 있었던 자오위안위안에게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였다고 전했다. 대학 졸업 후 톈진에서 번역 프로젝트를 하면서 은행 인사팀 담당자와 안면을 텄던 게 계기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접을 통과한 비결에 대해 묻자 "굉장히 떨렸지만 유창한 한국어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소수언어인 한국어를 잘 하는 한족이 많지 않았다"며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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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자오위안위안은 처음 입사 때 창구텔러로 일을 하다 차츰 외환, 수출입, 심사 등 다양한 업무를 접하게 됐고 그중 외환 업무에 큰 흥미를 느꼈다.
틈만 나면 외국환관리규정을 연구했다는 그는 "외환에 대한 관심이 훗날 톈진에서 한국 본사로 오게 된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입사 8년 차인 2015년 한국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중국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본사에서 외환 업무 경험이 있는 중국 현지 직원 파견을 요청했다. 자오위안위안은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본사에서 파견되어 5년간 일했다.
외환은행의 사규에 따르면 근로자의 파견 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을 넘길 수 없다. 2020년 자오위안위안은 한국에 남을지 중국으로 돌아갈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한국 생활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며 "심사숙고 끝에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후 KB국민은행에 입사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주식 투자 및 인수 합병 등 외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통해 한중 양국의 외환 거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는 그는 "은행은 투자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며 "전쟁으로 치면 '식량' 나르는 일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오위안위안은 "올해 외환 업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2014년부터 올해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합병 사례가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중심에서 첨단 기술, 바이오 제약 등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감독기관의 승인 심사와 자금 반출 규정이 계속 개정됨에 따라 외국환관리규정도 기관의 심사기준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한국의 외국환관리규정은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랜 회사 생활 속에서 그 역시 슬럼프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일을 하다 보면 숱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적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변해도 그 본질만은 변하지 않는다"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등장이 인류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적응하고 대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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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직장 시간 이외에는 엄마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근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집에 가고 휴일에는 여행을 가는 등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했지만 "주말에는 뭐니 뭐니 해도 나른한 오후 커피 한 잔이 최고"라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지만 뚜렷한 단기 계획은 없다"며 "훗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중국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실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경제 무역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국 외환은행은 1992년 중국에 첫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10여 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등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잇따랐지만 최근 더블스타(雙星集團)의 금호타이어 인수, 유명 배터리 소재 기업의 한국 공장 건설 등 중국의 한국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에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는 앞으로 산업 간 경계가 옅어지면서 한중 양국에 더 많은 투자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한중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며 모든 국민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양국의 협력과 교류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