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대리점에 운송비용 전가...공정위, 과징금 부과
2013년 협력업체 상품권 강매 논란도
이미지 실추 불가피...대리점 영업환경 악화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중견 패션기업인 패션그룹형지가 대리점에 운송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한 혐의로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과거에도 대리점에 상품권 강매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패션형지가 또 다시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패션형지 최병오 창업주를 중심으로 책임경영 강화 등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단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사진=패션그룹형지] 2022.01.19 shj1004@newspim.com |
◆ 6년간 대리점에 운송비용 전가...대리점 갑질 또다시 불거져
20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가 6년간 대리점에게 운송비용을 전가해오다 공정당국에 적발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형지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 대리점에게 운송비용을 전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1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자사 의류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대리점에 행낭(큰 주머니)을 이용, 다른 대리점으로 운반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에 소요되는 운송비용을 대리점에게 전액 부담시켰다.
이는 공급업자의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운송비용을 일방적으로 대리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및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에서 규정한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된다.
형지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협력업체에게 반품의류 비용을 전가하고 의류상품권 강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협력업체에 자사의 통합상품원 3000만원어치를 규매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지는 이러한 상품권 강매혐의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사진=형지] 2021.07.20 shj1004@newspim.com |
현재 형지는 코로나19에 따라 온라인 분야로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는 대신 대리점 사업을 고수해오고 있다. 형지는 '일반대리점'과 '판매위탁 대리점', '직영대리점' 등 크게 세가지 종류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총 688개 매장 가운데 대리점(537개)을 제외한 직영매장은 112개(16%)이다.
다만 형지 측은 월 6만3500원의 행낭비용을 대리점의 경우는 본사와 대리점이 5대 5로 부담했고, 인샵 매장만 100% 행낭 비용을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 비용이 전가된 매장 수는 연간 100여개가 넘는 만큼 매달 6만 3500원의 운송비를 부담하게 된다면 이들 대리점이 부담한 금액은 약 400만원이 훌쩍 넘는다.
형지 관계자는 "인샵(직영) 매장의 경우에는 소모품비는 전액 본사에서 부담했다"며 "행낭 운송 제도는 다른 의류업체에서도 이뤄지는 통상적인 거래관행이기도 하며 이 제도 도입으로 매장은 상품이동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패션업계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영향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매출 대부분이 전년 동기 대비 20~30% 가량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유통망 중심의 일부 브랜드들의 경우 70~80% 수준까지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 국면이 일정수준 완화된 이후에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리점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2.01.19 shj1004@newspim.com |
◆ 이미지 타격에 대리점 영업활동 영향 불가피
일각에선 형지 창업자인 최 회장이 그간 각종 선행활동으로 쌓아온 것이 희석되고, 기업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단 지적도 나온다. 그는 '패션을 통해 행복을 나눈다'는 철학을 알리는 희망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모회사인 패션그룹형지와 형지엘리트에 더해 3개 주력 계열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평소 학생, 중소기업 임직원, 공무원, 소상공인에 이어 대리점주 등까지 전국 방방곡곡 사회 각 계층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최병오 형지 회장은 서울 동대문에서 한 평짜리 가게로 시작해 전국구 기업주로 성장해오며 대리점주에게 창업 희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 패션업체와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의 성장세에 정통패션기업인 형지는 나날이 추락해가는 모습이다. 형지 매출은 2011년 4126억 원에서 지난해 3052억원으로 26% 가량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형지는 여성복을 중심으로 크로커다일 레이디, 올리비아 하슬러, 샤트렌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크로커다일레이디 등 주요 브랜드들의 매장 평균 매출이 반토막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지의 대리점 갑질에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점주들의 매출 타격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대리점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관행을 개선하며 이미지 제고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감소에 따른 인건비,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의 가중으로 영업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도 동사가 주력으로 영위하는 가두대리점 중심의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에게 비우호적인 업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