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연극 '마우스피스'가 소외되고 가난한 세상의 목소리를 담는 예술의 본질과 가치를 묻는다. 더없이 신박한 메타씨어터 방식의 구성은 주인공의 의식과 연극의 메시지를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현재 '마우스피스' 재연이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에는 초연의 김여진, 김신록, 이휘종, 장률을 비롯해 유선, 전성우가 합류하며 더욱 깊어진 공연 퀄리티를 보장한다. 세상을 바꾸는 작품을 집필하고 싶은 작가와 그저 살고 싶을 뿐인,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소년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힘있게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연극 '마우스피스'의 한 장면 [사진=연극열전] 2021.12.21 jyyang@newspim.com |
◆ 서로의 영감과 자양분이 돼주는 예술가들…김신록·전성우의 숨막히는 호흡
'마우스피스'는 40대 중반의 여성 희곡 작가 리비(김신록)가 벼랑 끝에서 데클란(전성우)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리비는 추락하기 직전에 데클란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그의 그림을 보고 위안과 영감을 얻는다. 데클란은 가난과 학대 속에 살며 거칠고 반항적인 면을 드러낸다. 리비는 데클란을 미술관에 데려가고 그의 예술과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김신록은 리비 역으로 극의 시작과 중간 중간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연극의 기본 요소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누군가에겐 생소한 정보지만, 그의 대사를 통해 관객들은 '연극이 무엇인지' 얕게나마 알게 되고 이는 다음 장면과 이 극 전체가 어떻게 나아갈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해설자와 리비를 오가는 김신록은 데클란(전성우)과 교감하는 장면에서 금세 몰입해 극장의 공기를 바꿔버린다. 최근 매체에서도 주목받는 그의 깊은 연기 내공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연극 '마우스피스'의 한 장면 [사진=연극열전] 2021.12.21 jyyang@newspim.com |
데클란 역의 전성우는 한창 소외되고 불안정한 목소리를 반항적이고 센척을 일삼는 소년으로 표현한다. 그의 나이보다 한참 어린 데클란을 연기하지만 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데클란은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리비를 경계하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다방면으로 의지한다. 엄마마저 데클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계부 개리의 편을 들 때, 그가 리비에게 하는 모든 행동이 이해받게 된다.
◆ 연극과 예술, 삶을 말하다…불편함도 감수할 가치가 있는 작품
'마우스피스'에서는 누군가는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연극의 본질, 역할을 얘기한다. 리비와 데클란은 연극이 올라오는 극장을 '공감기계'라고 표현한다. 공연을 보는 순간엔 무대 위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또 제각각으로 관객들이 하나하나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연극의 틀과 법칙을 따라, 혹은 완전히 벗어나 진행되는 '마우스피스'의 서사 역시 관객들에게 이 극장에 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새로운 감정과 감흥을 가져다 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연극 '마우스피스'의 한 장면 [사진=연극열전] 2021.12.21 jyyang@newspim.com |
리비는 젊을 때 가졌던 작가로서의 소명,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이야기'에 집착한다. 소외되고 가난한 데클란을 도우려 하지만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한다. 결과적으로 그를 이용한 모양새가 돼버린 결말에 탄식이 흘러나온다. 현실에서 누군가의 불행, 가난, 불운을 세상에 알리고, 이야기하자고 다가오는 이들의 위선을 생각하게 된다. 비록 그들이 완전히 진심이었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작가가 대중과 평단의 필요에 의해 이야기를 맺고 재단하고 그 의미를 따지는 순간에도 데클란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리비와 데클란의 묘한 관계성이나 데클란이 폭주하는 장면 등 누군가는 불편할 만한 대목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과연 데클란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줄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연극의 틀을 고스란히 이용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름끼치는 작가의 통찰과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내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