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창작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유쾌한 웃음으로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을 달랜다. 기발할 정도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져 깔깔 웃다보면 가슴 뭉클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마주한다.
현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공연 중이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독립운동 중 형을 잃은 주인공 해웅과 폐가 쿠로이 저택에 살고있는 지박령 옥희의 좌충우돌 소동기를 그렸다. 진태화, 정욱진, 최민우, 홍나현, 한보라, 양서윤, 유성재, 김남호, 김지훈, 황두현 등이 출연해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실감나는 앙상블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장면 [사진=(주)랑] 2021.11.26 jyyang@newspim.com |
◆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웃음을 빚어낸 배우들…찰떡같은 캐스팅 효과
역사상 가장 희망이 없던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해웅(최민우)는 독립운동에 헌신하던 형을 잃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폐가 쿠로이 저택에 가게 된다. 그 곳엔 성불만이 희망인 지박령 옥희(홍나현)를 비롯해 선관 귀신(유성재), 처녀 귀신(김지훈), 아기 귀신(양서윤), 장군 귀신(황두현)까지 온갖 원귀들이 모여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는 귀신들이 해웅의 눈에만 보이고 대화까지 가능한 상태로, 원귀들은 그에게 원혼을 풀기 위해 '약속'을 해달라 간청한다.
이 뮤지컬에서 해웅과 옥희를 제외한 네 명의 배우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넘나들며 열연을 펼친다. 쿠로이 호텔을 지으려는 가네코(양서윤), 부모님을 잃은 옥희를 따뜻이 받아준 아저씨(유성재), 욕심많은 일본인 요시다(김지훈), 일본 순사 노다(황두현)까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1인 다역을 오간다. 계속해서 분장을 바꾼 채 나타나는 이들을 보며 객석은 놀라움 속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충격적일 정도로 각 역할에 몰입해 판이하게, 또 탁월하게 표현해내는 배우들을 보며 금세 감정이 이입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옥희 역의 홍나현은 또랑한 목청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깜찍한 매력으로 9세에 수명이 멈춰버린 아이 역을 찰떡같이 소화한다. 부모를 여의고 아저씨를 처음 만나 낯을 가리고, 눈치를 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 주변의 아이들같다. 해웅 역의 최민우 역시 활약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끝없이 달린다. 거의 퇴장을 하지 않은 채로 대사와 안무, 최적의 호흡으로 매 신의 웃음과 감동 포인트를 살려낸다. 6명의 등장인물이 10인 이상의 배역을 소화해내는 덕에 아주 꽉 찬 무대에서 잘 차린 한 상을 흡족하게 즐기는 기분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1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장면 [사진=(주)랑] 2021.11.26 jyyang@newspim.com |
◆ 저마다 한을 품은 귀신들의 '빙의쇼'…마지막까지 빛나는 희망의 메시지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는 겉으로는 유쾌한 코믹 뮤지컬이지만 정작 담고있는 내용은 꽤 뭉클하다. 형의 죽음 이후 '안될 일'에 나서기를 망설이는 해웅, 죽음의 비밀을 풀어야 하는 옥희, 정체를 숨기고 작전을 준비하는 가네코 등은 일제 강점기란 어두운 시절을 살았던 이들이다. 옥희가 성불을 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죽음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밑도 끝도 없이 터지는 웃음을 통해 암울했던 시절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이들의 깊은 뜻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유성재를 비롯해 모든 신을 유쾌하게 살려내는 최민우, 홍나현, 그리고 요시다 역의 김지훈은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과거 옥희와 얽혔던 요시다의 에피소드에서 온갖 귀신들이 빙의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일명 '100인 분' 신으로 공연을 관람한 이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누구든 깔깔 웃으며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뭉클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까지 안고 갈 수 있는, 초연 때부터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를 알 수 있는 뮤지컬이다. 오는 1월 9일까지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