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혁명 선구자대회로 코로나 봉쇄 완화 대비"
"남북·북미관계 개선 위해 내년 초 적극 나설 것"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대중동원 행사를 열고 사상사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을 결속시키고, 향후 코로나19 봉쇄 완화 등 대외 개방에 사상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스팀슨센터 이민영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지난 18~22일 평양에서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하면서 사상 통제에 나선 것은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8~22일 평양에서 개최한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 2021.11.19 [사진=노동신문] |
이 연구원은 "경제가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인민들을 결속시키고 경제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열린 행사라고 본다"며 "한 가지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옛날의 '천리마' 운동은 도덕적인 자극이 컸다. 이번에 관영매체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물질적인 보상을 노동자들한테 해줘야 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예전과는 다른 측면으로 전개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는 사상과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관철하기 위한 대중동원 운동으로, 북한사회 다양한 분야의 대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사상을 주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매든 연구원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 봉쇄 완화에 대비해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준비시키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간 북한의 재개방 움직임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사상 주입, 정치적 행사, 정책 발표 등도 동시에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영 연구원도 북한이 내년 초 국제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어렵고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고, 또 북미,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미 관계 개선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굉장히 잘 알기 때문에 계속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는 내년 초에 조금 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한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다"고 진단했다.
◆ 고스 "김정은 시대 공고화…경제난 완화돼야 사상체계 발표할 듯"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북한의 사상 통제 강화를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다지기 작업으로 해석했다.
고스 국장은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 공고화 작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지도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당 회의 등을 열어 지도부에 김정은의 구상과 사상적 토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독자적 사상체계인 '김정은주의'가 천천히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은주의'는 경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경제 성과를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은 관련 언급이 많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영 연구원은 김정은 우상화와 관련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2016년 초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관영매체에 등장한 이후 최근 빈도수가 높아졌으며, '수령'이라고 직접 지칭하는 것은 2020년 말 당 창건 75돌 행사가 끝나고 8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제난을 감안할 때 '김정은주의'가 쉽게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연구원은 "김정일주의라는 용어도 수 년간 여러 우상화 단계를 거친 후에 공식 매체에 잠깐 등장을 했다. 김정은주의 역시 쉽게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이 이미 김일성·김정일 반열에 올라왔다고는 보이는데,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돼야 김정은주의도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간 가장 실패한 부분은 경제 문제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가 있었지만 적극 나서지 않아 북한의 경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중국 의존도만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고스 국장도 같은 지적이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7년에서 2019년 기간 동안 각국과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치면서 열린 기회들을 활용하지 못한 데 대해 자신의 통치 '적법성'에 대한 큰 정치적 대가를 치뤘다고 꼬집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후속 협상을 통해 어떤 성과라도 낼 수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선택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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