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시의회 퇴정 사건 놓고 또다시 대립
시의회 소통·협치 부족 지적에 오시장 반발
내년도 예산안 심의 험로 예고, 갈등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시정질문 첫날부터 소통과 협치에 대한 '진정성' 공방을 펼치며 충돌했다. 지난 9월 오 시장의 시의회 퇴정 사건 이후 양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시의회 110석 중 99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해 논란 확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시의회에 열린 제303회 정례회 시정질문(1일차)에서 "시정질문은 말 그대로 시의회가 질문을 하면 시장이 대답을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사실과는 무관한 추측성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지 않는다면 불공평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서울시 업무협약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2021.04.19 mironj19@newspim.com |
이날 시정질문에서 논란이 된 사안은 지난 9월 3일 열린 제302회 임시회 시정질문(2일차)에서 발생한 오 시장의 퇴정 사건이다.
당시 오 시장은 이경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세훈TV'와 관련된 '시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후 답변기회를 주지 않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시의회장을 떠난바 있다.
약 50분 가량의 정회 후 시정질문은 가까스로 이어졌지만 이후 오 시장과 민주당 의원들이 감정섞인 공방을 이어가며 조롱과 고성이 난무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퇴정 사건 이후 두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오 시장은 시의회에 사과할 여전히 없냐는 민주당 소속 문장길 의원 질의에 "시민들에게 송구하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또한 해당 사건의 시작점은 자신을 모욕한 시의회에 있다며 아직 풀리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음을 드러냈다.
양측의 대립은 계속 이어졌다. 거듭된 퇴정 사건 비판에 오 시장이 "앞으로는 답변 시간을 달라고 구걸하지 않겠다"고 대응하자 문 의원은 "표현이 너무 과하다. 의회는 시민들의 대표다. 오 시장은 스스로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상대방은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이같은 불통은 오 시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될 때 부터 우려했던 부분인데 역시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소통하고 협치할 준비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퇴정 사건 이후 오 시장과 시의회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오 시장의 부적격 시민단체 퇴출 선언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 시의회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역대 최대인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진다.
시의회는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에는 최대한 협조하되 민간위탁사업 축소 등을 비롯한, 이른바 '반민주적' 편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남은 기간에도 양측의 극한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 시장은 "지난 행동과 발언이 과했는지는 의원이 아닌 시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서로에 대한 상식적인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