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분양에 사전청약 허용...신혼부부·생애최초 물량 30% 추첨제
단기 주택 공급 방안·전세 불안 해법 제시 못해
청년·신혼부부 청약 대상 확대 효과 떨어져...청약 과열 심화 우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정부가 사전청약과 특별공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공급 증대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분양으로 사전청약을 확대하고 특별공급에 추첨제를 도입해 청약대상을 넓혀 시장과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적인 공급이 늘어나지 않다보니 개선안이 기존 공급량 내에서 비율을 조정하는 선에서 그쳐 청약 과열을 해소하기 어렵고 사전청약 확대로 인한 전세 시장 불안에 대한 해법도 마련되지 않아 시장 안정을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 "수요 관리에 초점" 사전청약·특공 대상 확대
15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분양으로 사전청약 부지를 확대하고 특별공급 대상을 늘리는 방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은 수요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전청약 대상을 공공택지 내 민간분양으로 확대해 공급 효과를 앞당기면서 주택시장의 매매수요를 사전청약 대기수요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안에 6000가구를 시작으로 민간 사전청약을 확대해 2024년까지 10만7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전청약 확대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두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했고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등 사전청약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공공택지 민간분양에도 확대하는 것이다.
공급대책을 내놓아도 당장 공급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소모되는 주택 공급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수급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사전청약의 경우 일반청약보다 2~3년 공급 시기를 앞당겨 실제 주택 공급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 30% 물량은 추첨제를 통해 공급해 청약 대상을 확대한다. 그동안 신혼부부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40%(맞벌이는 160%)인 특별공급 소득제한과 자녀수 순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고소득이거나 무자녀인 신혼부부는 청약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생애최초 특공도 월평균소득의 160%를 넘거나 1인가구인 경우는 청약신청이 불가능했다.
앞서 정부는 2030 세대의 주거불안이 이어지자 특별공급에서 청년·신혼부부의 비율을 확대해왔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청약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추첨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정책 기조는 추첨제 물량을 줄여왔는데 청약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다"면서 "다수가 혜택을 보기는 어렵지만 사각지대 개선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급 확대 없이 비율 조정에 그친 개선안...청약 경쟁 과열만 낳는다
실질적인 공급 증가 방안보다 공급시기를 앞당기거나 기존 공급량 내에서 비율 조정에 그친 수준이어서 수급 불균형 해소나 청약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24년 상반기까지 10만7000가구를 민간 사전청약으로 공급 목표는 내놓았으나 단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매매수요가 청약대기 수요로 전환하면서 증가하게 될 전세 수요와 이로 인한 전세 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무자녀·고소득 신혼부부와 1인가구에게 청약기회 확대 방안으로 제시된 추첨제도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 목표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추첨제 물량은 생애최초·신혼부부 공급에서 30%로 적지 않지만 우선공급·일반공급 탈락자들도 청약 대상에 포함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서 실제 제도 개선의 혜택을 보는 청년과 신혼부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추첨제에는 고소득·무자녀 신혼부부나 1인가구 뿐 아니라 우선·일반공급에서 탈락한 가구도 포함되다보니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공급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보다 청약시장으로 수요 유입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개선안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분양가상한제 규제로 분양가와 인근 시세 사이에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며 '로또 청약'이 발생했었다.
최근에는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진입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약시장으로 더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약제도 개선과 사전청약 확대 외에도 청약시장에 몰려드는 수요를 분산하거나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 보완책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제도 개선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율 확대와 함께 청약 수요 분산이나 공급 확대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