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스핌] 오정근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가 청년창업농 희망농지 공공임대 공정성 논란에 이어 임의로 임차확약서를 작성한 후 매입상한단가를 초과한 농지를 매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농지 매입 후 단순 변심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를 포기 한 경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등 행정력(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경 [사진=농어촌공사] 2021.05.12 dream@newspim.com |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농지은행사업 운영실태(2018. 10.30~2021.04.30)'에 대한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농어촌공사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 청년창업농이 임차를 희망해, 지역별 매입상한가를 초과해 매입한 농지는 총 661필지에 매입면적 210만 677㎡, 매입액 851억 400만원으로 총 364건에 달한다.
감사원이 위 364건 중 임차를 포기한 84건을 대상으로, 포기 사유 및 횟수를 분석한 결과 31건이 본인의 임차 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매입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위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53건의 경우 단순 변심 19건과 다른 농지 임차 33건, 청년창업농 탈퇴 1건 모두 청년창업농이 해당 농지에 대한 확실한 임차 의사 없이 임차를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년창업농의 임차 포기 사유 [사진=한국농어촌공사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 캡처] 2021.11.11 ojg2340@newspim.com |
농어촌공사 A지사는 청년창업농이 임차를 희망하는 농지를 매입한 후 계약 전 임차를 포기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점을 이용해, 당사자로부터 희망 여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임차확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A지사가 매입상한가를 초과해 매입한 농지는 31건으로, 46필지에 매입면적 22만 5658㎡, 매입 액만 75억 6100만원이다.
특히 청년창업농 L씨의 경우 임차를 희망해, 공사가 매입한 농지의 임차를 단순 변심 등으로 4회나 포기하는 등 위 84건의 임차를 포기한 청년창업농 37명 중 19명이 2회 이상 임차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L씨가 희망한 농지는 10필지에 매입면적 1만 7735㎡, 매입 액만 해도 7억 75000만원에 달하며, 2회 이상 임차 포기한 37명 중 2회 14명, 3회 3명, 4회 2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해당 청년창업농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임차한 84건 중 69건(112필지, 매입면적 38만 405㎡, 매입액 139억 5600만원)의 경우 기존 임차 지원 면적이 1ha 이상으로서 매입상한가를 초과하는 농지의 매입‧임차를 신청할 자격이 없는 청년창업농(20건)이나 2030세대(30건), 일반농업인(19건)에게 임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청년창업농이 희망하여 매입한 농지를 다른 사람이 임차한 현황 [사진=한국농어촌공사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 캡처] 2021.11.11 ojg2340@newspim.com |
이는 청년창업농 임대 지원 사업의 취지와 다르게 행정력을 낭비하는 등 한국농어촌공사의 안일한 운영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ha 미만 농지를 임차하고 있는 청년창업농에게만 예외적으로 매입상한가를 초과하는 농지를 임대하고자 했던 기존 사업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당초 사업 취지와 다른 예산 사용에 따른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임차를 희망하도록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 일정기간 지원 제한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농어촌공사는 감사결과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청년창업농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단순 변심 등으로 이미 매입한 농지의 임차를 포기한 경우 일정기간 지원 제한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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