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증가율 가계대출의 '3배'
실수요자 피해에 당국 규제 '딜레마'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 30대 직장인 A씨는 매수를 포기하고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다. 수도권 전셋값이 치솟아 전세대출 최대한도인 5억원을 다 받아도 모자른 상황이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추석 이후 대출 규제가 나온다고 하는데 은행 어디서도 시원한 답변을 받을 수 없어 답답함만 토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석 이후 추가 대출규제를 예고했다. 관심사는 전세대출 규제가 포함될지 여부와 강도다. 당국은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전세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실수요자 피해가 예상돼 쉽게 손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전세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일부 한도를 줄이는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추석 이후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전세대출도 포함해 고려하되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새로운 대출규제 방식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6일 시행된다. DSR은 개인이 상환해야 하는 연간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산정한 것으로 신용대출과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등 모든 종류의 부채를 포함한다.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보다 대출요건이 까다로워 진다. 이날 시중은행의 대출 창고의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전세대출, 집단대출, 정책모기지 등 실수요 관련 대출이 많이 늘고 있다"며 "관리를 강화하더라도 실수요자 보호를 신경쓰겠다"고 언급했다.
전세대출 규제를 고민하는 것은 증가 속도가 유난히 가팔라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을 119조967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4.2%)보다 3배 이상 높다. 전세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대출 증가세를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국에선 전세대출 일부가 실수요가 아닌 투자에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2%대 싼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자상자산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규제 방식이다. 전세대출을 일률적으로 조일 경우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집값 상승이 전세값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전세대출을 규제하면 정책 실패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돌린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핀셋규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세대출을 받아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경우만 집어낼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 등 관리방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대출 동향을 보면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모호한 답만 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며 "계약을 앞두고 대출을 받지 못할까 불안한 고객들이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전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