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사업자 신고 시간 없다…심사숙고 할 것"
고 내정자, 금융위 사무처장 시절 기고문 화제
"화폐보다 투자상품에 가까워"…현 정부와 비슷
업계, 강경 태도 걱정에도 은행 실명계좌 기대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신임 금융위원장에 고승범 금융통화위원이 내정되면서 가상자산(가상화폐) 업계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내정자도 현 정부의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수장이 바뀌는 만큼 9월 특금법 시행 전 은행 실명확인 계좌 발급 등 사업자 신고에 물꼬를 터줄 것이란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다.
고승범 내정자는 6일 오전 청문회 준비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가상자산의 규제 방향에 대해 염두해 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고 시간도 많지 않다"며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할 것이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특금법이 오는 9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향후 처리할 금융정책 중 가상자산을 우선순위로 두고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고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9개월여 남은 만큼, 변화보다 당면 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데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금융위가 가상자산을 금융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상자산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고 내정자가 금융위 사무처장 시절 한 언론사에 '비트코인, 화폐인가 투자상품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린 적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가치가 급변동하는 비트코인은 '좋은 화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아직까지는 화폐라기보다는 투자상품에 가까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비트코인은 현행 법률상의 규율 대상이 아니다.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 앞에서는 비트코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8.06 pangbin@newspim.com |
이때는 1비트코인이 약 127만원에 거래되던 시절이다. 현재는 4600만원을 넘나든다. 또 그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비트코인 사용자도 1만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 큰 문제도 없다"고 당시에 썼지만, 지금은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량은 세계 시장에서 손에 꼽힐 정도다. 8년 전과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이 급변한 만큼 고 내정자의 인식이 얼마나 바뀌었을 지가 관건이다.
가상자산 업계서도 이번 인사를 두고 기대와 걱정이 뒤엉켜 있는 분위기다. A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은성수 위원장 시절보다 더 강경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며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업권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으나 소극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으며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경한 발언으로 2030세대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강한 발언과 달리 관련 정책은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로 둬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 내정자 취임 후 거래소들은 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에 물꼬를 터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현재 원화거래를 위해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필수적이지만,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 위험을 이유로 거래를 꺼리고 있다.
B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면책 기준 등 거래소가 은행이랑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금융위원장이 바뀌면서 업권서도 미약하지만 발전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 금융소비자법 등 다른 금융현안이 산적해 있어 가상자산 이슈가 크게 논의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신임 금융위원장 내정 소식에 "최근 금융위가 보여준 가상자산과의 거리두기를 중단해주길 바란다"며 "주무부처는 아니고 주관부처라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서 책임을 민간에 떠 넘기기는 식의 접근으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도 없고, 시장 실패를 바로잡을 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