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행위가 폭로되며 수감됐던 미국의 원로 코미디언 빌 코스비(83)의 유죄 판결이 뒤집히며 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간) 코스비에 대한 성폭력 유죄 선고를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이에따라 한때 미국의 대표적 코미디언으로 인기를 끌었던 코스비는 복역 2년만에 석방됐다.
주 대법원은 코스비에 대한 유죄 판결에 근거가 됐던 법정 진술이 이를 형사 재판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검찰과의 약속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이같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코스비 미투 사건의 발단은 그가 지난 2004년 모교인 템플대학 직원이던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사건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당시 루스 캐스터 주니어 몽고메리카운티 지방 검사장은 이 사건에 대한 형사 처벌은 어렵다고 판단, 코스비에게 민사 소송에서 관련 진술을 하면 형사 기소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코스비는 이를 받아들여 여성들을 유인하고 성관계를 갖기 위해 약물 등을 준비한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법정 증언했다.
하지만 이후 미투 운동이 촉발되면서 다수의 여성들이 코스비가 비슷한 수법으로 성폭행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몽고메리카운티의 후임 검사장이던 캐빈 스틸은 코스비를 형사 기소하면서 민사 소송 당시 법정 증언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 콘스탄드 이외에 다수 피해 주장 여성을 법정 증언대에 세웠다. 1심 재판부도 코스비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인정, 징역 3~10년형을 선고하고 그를 수감시켰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스틸 검사장이 전임자가 코스비에 했던 약속을 어기고 기소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리, 일사부재리의 원칙, 자기부죄 금지의 원칙 등을 규정한 미 수정헌법 5조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판결 직후 코스비는 즉각 석방돼 펜실베이니아주의 엘킨스 파크 소재 자택으로 돌아갔다.
수감당시 빌 코스비.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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