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하 광주고법원장, 법원 내부망에 패소 판결 비판
"국제법상 불법 따질 필요 없어…손배 문제는 국내법 따라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7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한 1심 판결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이는 가운데, 현직 법원장이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은 지난 9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라온 강제징용 판결 비판글에 댓글을 달았다.
황 법원장은 "국제법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 국제법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식민지화하는 방법을 다루는 내용은 없다"며 "힘으로 다른 나라를 합병하는 문제나 독립운동 문제는 약육강식의 '사실' 문제일 뿐이지 '규범'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그것이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 씨와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패소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처음이다. 2021.06.07 adelante@newspim.com |
이어 "일제시대 강제노역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그 이론적 근거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당연히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며 "국제법의 일종인 국제관습법에는 '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되고, '불법행위 법리'는 문명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므로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규범"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내국법인이건 외국법인이건 누구든 어떤 사람을 강제로 데려다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것이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80여명이 스미세키마테리아루즈,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7일 소를 모두 각하한다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처음 내려지는 패소 판결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설시한 이유가 논란이 됐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는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한 것일 뿐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해 상호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괄하여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이 나온 후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며 항의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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