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대우조선·삼성重 연이은 수주로 향후 매출 발생 기대
조선업 특성상 건조기간 1년 반 이상...이르면 올해 말 수익 예상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내 조선업 시장에 모처럼 순풍이 불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지면서 수주량 역시 예년 대비 분명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 2003년 슈퍼 사이클(장기호황) 이후 조선업 호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업은 전 세계 수주량의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했다. 전 세계 발주량 1025만CGT 중 532만CGT를 수주해 전 세계 수주량 1위에 오른 것이다.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923%) 증가한 수치이며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역대 최고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5만 9,000톤급 원유운반선 [사진= 현대중공업] |
특히 1분기 수주 실적은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고부가가치선박 560만CGT 중 국내 수주가 426만CGT로 76%다. 이중 컨테이너선은 445만CGT 중 70%인 311CGT, 초대형 유조선인 VLCC와 LNG 운반선은 각각 98척과 17척 모두를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1~4월까지 수주 실적은 올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인 304억 달러의 47.7%에 달하는 145억1000만달러다.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린 곳은 현대중공업지주의 한국조선해양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 발주된 LPG 선 59척 중 61%인 36척을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했다. 지난 11일에는 브라질 해양설비 공사 수주에 성공했으며, 지난달에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2080억원에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VLCC 26척 중 11척을 수주해 전체 발주량의 42%를 점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한국조선해양과 함께 브라질 해양 설비 공사 수주에 참여해 계약을 앞두고 있. 이번 해양설비 수주는 초대형 규모의 계약으로 지난 2010년 2조9000억원 규모의 골리앗 프로젝트 이후 가장 높은 2조5000억원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목표인 77억 달러 수주의 3분의 2에 달하는 51억 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3월에는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했다. 계약규모는 2조8000억원 규모로 단일 선박 건조계약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라는 것이 삼성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이에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1분기 실적 부진에도 향후 조선업 호황을 점치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선업의 특성상 올해 실적은 1~3년 전의 수주 실적이 반영된다. 올해 슈퍼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데 곧바로 올해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수주가 계속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통 선박 건조에는 1년 반 이상의 기간이 소요돼 수주 실적이 매출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매출이 나뉘어 발생하기 때문에 올해 초 수주한 선박 건조에 대해서는 이르면 연말에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수주 성적이 확실히 지난해보다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확실히 수주 성적이 줄었는데 올해 좋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아직 슈퍼사이클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조선업 업황 자체가 좋아지고 있어 몇 년 뒤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조선업계의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 수주가 하반기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카타르 LNG선 대량 발주 등 수요가 남아있어 양호한 수주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올해는 환경규제 효과로 발주 시장이 회복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향후 수년 간 시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