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품 1만9000여개로 축소...엔진·동력 부품 사라져
내연기관 중소·중견 부품사 '위기'...사업재편 잰걸음
연구개발 인력·투자 자금 부족...정부 종합 지원 나서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미래 자동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업계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부품산업이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신제품 개발과 핵심기술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관건은 연구개발(R&D) 인력 및 비용이 될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3만개 내외였던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수는 전기차 전환을 통해 1만90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일본 자동차부품공업협회 자료). 기존 내연기관차에 장착됐던 엔진과 변속기 대신 전기차엔 모터와 배터리가 자리잡았다. 사라지는 부품의 70%는 엔진 관련 부품이고 30%는 동력 전달 계통의 부품이다.
문제는 퇴출 위기에 놓인 부품 대부분이 중소·중견 부품사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에 기반한 제조공정을 바탕으로 부품을 생산·납품하던 기존 방식이 미래차 시대에서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내연기관 차 부품[사진=픽사베이] |
이에 따라 미래 부품사로 사업 재편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2019년 2개에 그쳤던 사업재편 승인건수는 지난해 22개로 크게 늘었다.
예를 들면, 엔진계 냉각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는 요소기술을 활용해 수소차 열제어통합모듈 개발에 나섰다. 변속기 부품 생산 업체는 관련 협력사와 연계해 수소 저장탱크 사업을 시작했다. 시트프레임을 만들던 업체는 신규투자를 받아 전기차 배터리용 버스바 생산품목을 주력 품목으로 내세웠다.
자동차연구원은 "부품기업이 사업 재편 승인을 받으면 자금, 세제, R&D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일부 대·중견 부품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업 재편이 시급한 부품사는 여전히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수송기계부품(▲자동차용 동력전달장치 ▲전기장치 ▲기타 부품)' 사업체수는 3441개로 관련 종사자는 22만여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최소 5~10년 뒤를 내다보고 대응해야 하는데 중소·중견 업체선 투자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초기 시장 분석은 내부 인원으로도 할 수 있지만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자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중견 부품사들의 '자동차 부품기업 혁신지원 사업'을 통해 미래차 전환 대응단계에 따라 전문 컨설팅부터 비용 지원까지 폭넓게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올해 지원 예산을 50억원으로 책정하고 기업당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한다.
박재영 산업부 제조산업정책관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용 R&D 신설, 재직자 전환교육, 펀드 조성 등 지원 수단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부가 지원하고 있는 각종 금융·기술·컨설팅 사업 등을 활용하여 중장기 미래차 대응 전략 수립과 실행 노력 확대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부품기업 간 수직적 구조를 활용해 1차 부품기업과 2~3차 중소·중견 부품기업이 동반자적 관계로 공동으로 미래차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