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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바이든 새 대북정책 모호성 유지"…한미정상회담 때 공개 주목

기사입력 : 2021년05월07일 09:04

최종수정 : 2021년05월07일 09:04

"새 대북접근법에 대한 섣부른 비판 차단 위한 조치"
"문 대통령 방미 후 대북정책 세부내용 공개될 수도"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한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세부 내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남겨두고, 동맹들과 조정의 여지를 두며, 국내적으로는 소모적인 비판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 공개에도 여전히 많은 질문이 있다'는 제목의 글을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정부가 검토 결과의 큰 틀만 공개했으며 일반적인 용어만 사용했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정책 검토 결과 내린 결정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 내용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장관회의 개최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했다. 2021.05.05 kckim100@newspim.com

바이든 정부의 이런 방침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고,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추가 협의의 여지를 두며, 대북 접근법에 대한 섣부른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평가들에게 공격할 수 있는 '탄약'을 쥐어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새 대북정책이 '단계적 접근'(step-by-step, phased)으로 불리길 원치 않는다며, 이 접근법에 대한 비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면 북한이 초기에 보상을 받은 뒤 비핵화는 하지 않은 채 합의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명백하게 밝히지는 않아도 단계적 접근법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이루고, 일부 비핵화 조치에 대해 일부 제재 해제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포스트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아인혼 전 특보는 브루킹스연구소 기고문에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핵심적인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장기적인 로드맵을 담은 하나의 합의문에 담을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는 초기 합의를 맺은 뒤 추가 협상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점진적인 비핵화 단계를 밟아 나갈 때 북한이 취할 초기 조치가 무엇인지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변 핵시설만 폐쇄할 것인지, 미신고 시설들도 폐쇄할 것인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도 제한할 것인지, 기존의 핵무기도 감축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 방법, 북한에 대한 보상 방법을 결정하고 양자 혹은 다자 협상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 해석의 여지 많아"

중앙정보국 CIA 분석관 출신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5일 로위연구소에 '바이든의 대북 계획이 시야에 들어오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김 연구원은 "새 대북정책관련 발언들은 관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대북 전략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교에 열려 있다'는 표현을 과대평가해 바이든 정부가 북한 정권과 관여하려는 바람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무조건적인 정상외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백악관 반응을 볼 때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신뢰할 만한 대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전에 미국이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에 모든 것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또 기고문에서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표현이 중도적인 정책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북한의 행동에 따라 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대응법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한 것이다.

김 연구원도 바이든 정부가 의도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둔 것으로 분석했다. 항상 북한이 상황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곤 하는데, 대북정책을 모호하게 밝혀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암시했지만 질문이 남는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진행할 비핵화 합의의 범위, 북한인권특사 임명 여부, 제재 이행 수준 등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미 정상회담 즈음해 대북정책 세부 내용 공개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핌 DB]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이 곧 완전히 공개될 것처럼 여러 번 애태웠지만, 오는 21일 미-한 정상회담이 열린 뒤에나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 김 연구원도 바이든 정부 출범 초 한미일 국가안보보좌관 회의 때 대북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문 대통령의 방미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일부 공개한 데 대한 반응을 먼저 살피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추가 공개를 압박하지 않으면 계속 모호한 채로 둘 것으로 예상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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