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재공모 후 공운위 심의 눈앞...이르면 이달 말 결정
오세훈 시장 당선과 맞물려 위원회 구성도 못한 SH
기관 상황에 맞는 전문성 있는 인사 선임해야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장기간 사장 공석 상태를 겪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신임 사장 선임에 나서고 있지만 절차 진행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사장 후보 재추천등 내홍을 겪었던 LH는 많은 후보자들이 지원하면서 선임 절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SH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따른 서울시 조직개편으로 신임 사장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지원자만 10명 이상" 투기 의혹·재공모에도 사장 후보자 몰린 LH
2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말에 LH 신임 사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H 사장직은 지난해 12월 변창흠 당시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 4개월 째 공석이었다.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왔으나 지난달 주무부서인 국토부에서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임원추천위에 후보 재추천을 요청했다.
LH 사장 선임은 임원추천위원회 공모를 통해 후보자 지원을 받고 위원회가 2~3명의 후보자를 추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명단을 제출한다. 공운위 심의를 거쳐 결정된 최종 후보자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 제청을 하면 대통령의 최종 재가로 임명된다.
지난 6일 마감한 공고 결과 10여명 이상의 후보자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사태와 후보자 재추천 이후 진행된 공고였던만큼 이전보다 엄격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수의 지원자가 지원했다. 현재는 공운위로 선임 절차의 공이 넘어간 상태다.
공운위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이번달 회의에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이르면 이달 말에 최종 후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장관의 임명 제청 절차가 있지만 이를 업무대행인 제1차관이 대신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왼쪽부터) 김현준 전 국세청장·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 [자료=뉴스핌DB] |
업계에서는 LH 사태 영향으로 인해 내부 출신보다는 조직 개편과 쇄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등 외부 인사 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LH 사태로 조직 개편과 쇄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인만큼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가 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임 LH 사장 후보에는 외부 인사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등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전 청장은 과거 참여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해 감찰과 인사 검증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으로 인해 조직장악력과 LH 조직 개혁을 맡기기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 전 의원은 MIT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에 언급되고 있다.
◆ 임원추천위도 꾸리지 못한 SH... 선임까지 시일 더 걸릴 듯
SH는 LH에 비해 사장 공석 상태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선임 절차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어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SH는 지난 7일 김세용 전 SH 사장이 퇴임하면서 황상하 경영지원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사장 선임은 임원추천위에서 공모를 통해 최종 2명의 후보를 선출하면 서울시장이 최종 지명하게 된다.
사장 선임을 위한 첫 단계인 임원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추천위원회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서울시의회가 3명, 서울시와 SH에서 각각 2명씩을 추천하게 돼 있다.
SH 관계자는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 구성이 필요한데 아직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와 협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 kilroy023@newspim.com |
신임 사장에는 오 시장과 관련성이 있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효수 전 서울시 주택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1년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부동산 전문가로 알려져있으며 지난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김효수 전 주택본부장은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2007년부터 2년간 서울시 주택국장직을 지냈고 2009년에는 SH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사장 선임에 있어 오 시장의 영향력이 발휘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인데다 임원추천위에서 서울시보다 서울시의회에 영향력이 더 큰 상황인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후보로 거론된 인사 외에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실무 능력 갖춘 인사 적임...LH 개혁 수행 여부 주목해야"
두 기관은 정부 주도의 주택 공급대책의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만큼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면 정부의 공급대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장 공석 상태에서도 정부의 공급대책은 추진되고 있지만 사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우 사업 진행은 더욱 원활히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업무가 중요한만큼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서 사업 추진 능력을 갖춘 인사가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본다. 추가적인 공급대책 추진보다는 기존 정부의 공급계획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무능력을 기본으로 하되 LH와 SH가 처한 상황이 다른만큼 각 기관에서 특별히 요구되는 능력을 갖춘 인사가 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LH는 직원 투기 의혹과 조직 개편안 발표를 눈앞에 둔 상황인만큼 실무 능력 뿐 아니라 조직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개혁 추진 능력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LH는 구조개혁 문턱에 다다른 상황인만큼 객관적인 시각에서 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는 전문성 있는 인사에 방점이 더 찍힌다. 오세훈 시장이 민간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공공 주도 공급을 담당하는 SH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실무와 이론을 갖춘 사람이 와야 한다"며 "특히 오세훈 시장이 민간 공급을 강조하는만큼 이와 조화를 이루면서 SH가 갖고있는 역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