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과 비공식 무역으로 버티는 중"
"공식 무역 급증 없이는 경제난 돌파 어려워"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붕괴된 수준은 아니지만 간신히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다. 가정부터 시장, 국영기업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대학이 현지시간으로 13일 '북한이 경제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연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경제가 붕괴된 수준은 아니지만 간신히 버티는 중"이라고 공통적으로 진단했다.
북한 주민들이 북중 접경지역 노상에서 곡식을 팔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이 최근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고 1분기 경제 성과를 논의할 때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이는 북한 당국의 목표가 예년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주장했다.
뱁슨 전 고문은 또 "지난해부터 북한사회 전반이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며 "개별 가정을 비롯해 시장 상인들, 사업가들, 국영기업들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장마당을 여는 시간이 줄어들고, 소비재가 부족하며, 옥수수와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단속반이 행상인들의 물품을 압수하는 일화들은 북한사회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 북한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북한 경제가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언급한 고난의 행군은 '자력갱생'보다 강도가 센 발언으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넘겨야 하는 지도부의 절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대규모 건설계획 진척 속도가 경제난을 반영하는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시 조성사업, 평양종합병원 완공이 모두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VOA와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 경제가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개선될 것인지 아니면 악화될 것인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물론 지금 북한 시장이 굉장히 위축돼 있고, 또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도 많이 상실한 상태이기도 하고, 또 그러다 보니까 북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굉장히 줄어들었고, 전반적으로 북한 경제가 굉장히 침체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이 굉장히 위기다, 곧 북한 경제가 붕괴할지 모른다, 이런 판단을 할 만한 징후는 없다고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아직은 북한 경제가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의 차오 초이 기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북한과 중국 사이의 비공식 무역이 이어졌는데, 이를 통해 북한 경제가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이 기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식량과 비료 등 전략물품을 중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했으며, 북한 역시 석탄을 중국에 밀수 했고 이는 선박 운항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국제무역 재개 없이는 북한이 지금의 경제난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뱁슨 전 고문은 "'외교적 돌파구'나 '중국과의 공식 교역의 급증' 없이는 북한이 지금의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민영 연구원도 "미-북 관계에 돌파구가 생기기 전까지는 북한 경제는 간신히 버티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