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코로나시대 정부가 만든 일자리의 빛과 그림자

기사입력 : 2021년03월29일 13:59

최종수정 : 2021년03월29일 14:10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150만명을 넘어서고 수많은 가장들이 길거리로 나앉던 지난 1998년 5월. 정부는 1조400억원 규모의 실업대책 중 하나로 3억300만원을 들여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을 시작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을 잡고 단기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최온정 경제부 기자

3개월간 진행된 이 사업에는 하루 평균 200명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잡힌 황소개구리 총 3만6000마리에 불과했다. 참가자 한명 당 하루 평균 2마리를 잡은 셈이었다. 심지어 사업에 앞서 공무원과 공공근로 인력 등 1000명을 동원해 진행된 황소개구리 포획행사에서는 고작 1마리 밖에 잡지 못해 대표적인 탁상행정으로 비판을 받았다. 결국 다음해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위기 때마다 정부는 '공공근로' 혹은 '희망근로'라는 명목으로 단기일자리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며 이 중 고용취약계층인 여성·청년·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5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벌써부터 23년 전 황소개구리 퇴치사업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일자리 사업에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세금퍼주기' 사업이 일부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학의 온라인 강의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34세 미만의 청년 3000명을 고용하는 '비대면 수업콘텐츠 사업'이 대표적이다. 교수들이 그간 청년들의 도움 없이도 강의자료를 만들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 인력이 단순 오탈자 확인 도우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직단념청년 응원금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년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신감 회복 상담 프로그램에 구직단념청년이 참여하면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를 유치한 청년센터에도 1인당 20만원을 지급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자신감 회복 상담을 받는 것이 청년들의 구직활동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이미 본예산으로 1000명의 감시단을 선발하고 있는데도 추경으로 400명을 추가하는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사업'이나, 취업연계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바이오데이터 인력채용사업'도 우려스럽다. 특히 바이오데이터 인력채용사업의 경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업으로 연구기관에 채용됐다가 현재 지원이 종료된 인원 603명 대비 고용이 유지된 인원은 47명에 불과했다.

물론 유용한 사업도 있다. 코로나19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실내체육시설을 대상으로 트레이너를 총 1만명 재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나, 시설 집단감염으로 분리격리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긴급 돌봄 사업 등은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명분도 실리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전면등교를 대비해 초·중·고교에 방역인력을 배치하는 사업도 잘 활용되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데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집행을 앞둔 추경에 포함된 일부 사업에 의문부호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국민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으면 그 피해는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IMF 이후 심해진 빈부 격차와 고용 불안, 청년 실업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황소개구리 퇴치사업'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onjunge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